"자가진단키트 생산량 95% 국내 공급…美진출 늦더라도 수급대란 막아야죠"

[진단 키트 기업 래피젠 수원 공장 가보니]
설 연휴도 반납하고 3주째 24시간 풀가동
직원 가족들도 합세해 제품 생산에 총력
올해 초 95%까지 달했던 해외 공급 물량,
국내 수급 개선 위해 국내 물량으로 전환
박재구 대표 수급난 관련 “물량 더 풀어야,
다양한채널로 유통돼야 가격불안정 완화”

10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래피젠 공장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수원=오승현 기자


한 시간에 7000개씩 조립해 쏟아져 나오는 진단키트 자동화 설비 앞에서 방진복을 입은 약 300명 직원이 쉴 틈 없이 제품을 검수하며 정렬한다. 포장 기계가 부족해서 길다란 테이블에서는 양쪽에 앉아 손으로 플라스틱 디바이스와 반응이 일어나는 합지를 조립하고 있다. 끝없이 나오는 테스트기는 제습제·용액통·면봉과 함께 포장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공장인 래피젠 수원 공장의 모습이다.


폭증하는 자가진단키트 수요에 맞춰 래피젠은 설연휴도 반납한 채 3주째 24시간 풀가동 중이다. 생산능력은 최대 월 1억 개다. 포장 인력이 부족해 지난주까지 30%에 머물렀던 가동률은 이번주 들어 50%대로 끌어올렸다. 주간과 야간 직원은 모두 출근과 동시에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통과해야 만 현장에 투입된다.




박재구 래피젠 대표이사. 수원=오승현 기자


10일 수원 제조 현장에서 만난 박재구 래피젠 대표는 “설 연휴에는 임직원들이 모임을 미루고 가족들을 공장으로 불러모아 함께 한 개라도 더 만들 정도”라며 “한국은 물론 중국·러시아·동남아 등 가능한 인력을 최대한 끌어모아 최선을 다해서 생산하고 있다”고 긴급한 생산 현황을 전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지금은 국민들에게 자가진단키트가 수급 불안 없이 공급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래피젠은 연초까지만 해도 95%에 달했던 해외 공급물량을 정반대로 전환해 국내에 절대 다수를 보급하고 있다. 박 대표는 “동남아·유럽·호주 등에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키트 주문이 몰리면서 지난해 초 수출을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해뒀는데, 현재는 반대로 95%가량을 국내 공급으로 돌렸다”며 “지난해 말부터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위한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었지만, 그보다 한국 기업으로 국내 상황을 먼저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해외에서 ‘물량을 달라’ ‘한국에 들어가서 가져가겠다’고 아우성이지만, 솔직히 고객사를 잃을 두려움도 이겨내고 있는 중”이라며 “현재 국내 품목허가된 5개 자가진단키트 중 래피젠이 공공에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10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래피젠 공장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수원=오승현 기자


이에 따라 레피젠은 즉각 추가 증설에 나섰다. 다음달 중순이면 신규 설비를 들여 최대 생산 능력을 1억 7,000만 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이미 설비 도입 예약은 마쳤고, 생산 인력을 구하기 용이한 지역으로 공장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통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급 대란’에 대해 박 대표는 오히려 물량을 더 풀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판매가가 급등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에 나서면서 생산 물량에 대해 일부 통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래피젠이 이날부터 GS홈쇼핑을 통해 개당 4000원에 총 700만 개의 판매에 나섰지만, 전량을 시중에 공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 대표는 “다양한 채널로 적정 가격의 자가진단키트가 유통돼야 가격 불안정이 완화될 것”이라며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 민간에서의 대형 공급 계약을 억제하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특히 “향후 다시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복귀하면 학교나 기업에서 상시로 자가진단키트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누구나 일상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옆에 두고 쉽게 검사하고 필요할 때 격리하면서 일상 생활을 이어나가는 데 래피젠이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10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래피젠 공장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수원=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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