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무려 7.5% 폭등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현지 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대표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7월 1일 전까지 1%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원한다”고 밝혔다. 오는 7월 전까지 세 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소 한 번은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바란다는 뜻이다.
그의 발언은 가뜩이나 공격적인 긴축 가능성을 걱정하던 시장의 공포를 키웠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연 2%를 돌파했고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은 2% 넘게 빠졌다. 마이클 슈마허 웰스파고 금리전략디렉터는 “투자자들이 겁에 질렸다”고 전했다.
물가가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월가에서는 연준이 3월에 0.5%포인트의 ‘빅스텝(big step)’을 내디딜 수 있다는 전망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이런 예측이 현실화할 경우 연준은 2000년 이후 20여 년 만에 상당히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시카고선물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반영된 3월 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한때 약 97%까지 치솟았다. 하루 전만 해도 25%였던 수치가 1월 CPI 발표 이후 폭등한 것이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국제이코노미스트는 “임금과 상품 가격, 공급망 문제가 모두 가격 상승에 일조하고 있어 연준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3월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1월 CPI가 나온 뒤 월가의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씨티·도이체방크 등이 3월 0.5%포인트 인상으로 입장을 바꿨다. 다이앤 스웡크 그랜트손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코노미스트들은 3월이나 4월에 물가 상승률이 정점에 달할 수 있다고 해왔지만 인플레이션은 아직도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름값을 잡기 위해 악마처럼 일하겠다. 다른 물가도 안정시키기 위해 공급망 강화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인플레이션을 단기간에 잠재우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0.6%)과 CPI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렌트비를 포함한 주거비 상승세가 쉽게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치 아메미야 노무라증권 선임미국이코노미스트는 “주거 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연준이 3월에 0.25%포인트만 인상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가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장이 좀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며 “지역 연은 총재와 지도부의 생각은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고, 아직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3월에 0.25%포인트를 올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총 금리 인상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올해 7회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61%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올해 7회 금리 인상 가능성을 책정해두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상당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큰 규모(0.5%포인트)로 금리 인상을 시작하기보다는 더 많이 올리거나 대차대조표 축소를 예상보다 빨리 시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25일에 나오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다음 달 4일 발표되는 고용지표를 보면 연준의 입장이 좀 더 명확히 드러날 수 있다는 얘기가 시장에서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