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간 두 번째 ‘4자 TV토론’이 진행된 11일 미국발(發) 물가 급등 소식이 날아들었다. 에너지·식료품 가격 상승 등으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5%나 올랐다. 40년 만의 최대 폭 상승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이후 연준이 3월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종전 25%에서 44.3%로 뛰었다. 올해 금리를 6회 인상할 확률도 높아졌다. 미국 경제의 잔기침에 심한 몸살을 앓고는 했던 한국 경제에 불길한 전조가 아닐 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경기·물가·금융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6% 오르며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외환 보유액도 석 달 연속 감소했다. 게다가 급증하는 재정 적자와 두 달 연속 무역 적자가 겹쳐 ‘쌍둥이 적자’라는 비상등까지 켜진 상태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들을 되레 현금 퍼주기 선심 경쟁에 매몰돼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제시한 10대 공약에서 연 25만 원으로 시작해 연 100만 원으로 확대하는 전 국민 기본소득 지급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장년수당·청년기본소득 도입과 아동수당 확대 등도 공약했다. 윤 후보는 출산 이후 1년간 1200만 원의 부모급여와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연 400만 원의 청년도약보장금 지원 공약 등으로 포퓰리즘에 가세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이날 TV토론에서 각각 수백조 원씩 들어가는 자신의 선심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을 밝히지 못했다. 후보들은 또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주로 말꼬리 잡기식 정쟁만 벌였다. 대선 후보들이 글로벌 물가 대란과 긴축 흐름을 외면하고 계속 돈 뿌리기 경쟁만 벌이다가는 1월 물가가 48.7%나 폭등해 민심이 흉흉해진 터키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후보들은 망국적 포퓰리즘을 당장 접고 미래 성장 동력 키우기에 국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