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에 진심인 신세계, 소주 접고 위스키 만든다

신세계L&B가 이달 초 8000개 한정 수량으로 판매한 ‘에반 윌리엄스 블랙 하이볼 잔 패키지’/사진 제공=신세계L&B

제주소주를 사실상 철수한 신세계그룹이 주류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코로나19로 인한 ‘홈술’ 열풍을 타고 위스키 수요가 늘자 제조 공정을 마련해 관련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와인, 맥주, 소주 등 주류 관련 사업에 꾸준히 도전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주류유통전문기업 신세계L&B가 신규 위스키 사업 진출을 계획 중이다. 현재 사업 기획을 위해 경력직 사원 수시 채용에 나섰으며, 양조, 증류 등 위스키 제조공정을 세팅하기 위한 단계까지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 L&B 관계자는 “최근 위스키 시장이 성장세인 만큼 사업성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위스키 제조 공정은 제주소주가 보유하고 있던 소주 생산 시설을 활용할 것으로도 전망되나 신세계 L&B 측은 “생산 시설 활용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L&B의 이번 위스키 사업 진출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홈술 열풍과 함께 국내 위스키 시장이 인기를 얻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1억7535만 달러(약 2105억 원)로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위스키 시장의 성장세와 더불어 실패에도 계속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주류 시장 도전기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제주소주를 190억 원에 인수해 이마트의 거대한 유통망을 활용해 제주소주를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하지만 실적 부진으로 끝내 지난해 제주소주를 신세계 L&B에 흡수합병시키며 5년 간의 도전을 마무리했다. 제주소주의 영업손실은 2016년 19억 원에서 2019년 141억 원까지 늘었다가 2020년 106억 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다.


정 부회장은 맥주에도 끊임없이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지난해 초에는 신세계 L&B는 보리가 그려져 있어 맥주 관련 상표로 추정되는 ‘레츠 프레시 투데이’를 출원했다. 지난 2014년에는 신세계푸드에서 수제 맥주 전문 매장 ‘데블스도어’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오픈 이후 매장 수를 지속해서 확대하지 못했고, 2018년 부산 센텀시티점이 문을 닫은 데에 이어 지난해 여의도 IFC몰점과 스타필드 하남점이 차례로 폐점했다. 현재는 센트럴시티, 코엑스, 제주 신화월드 등 3개 점을 운영 중이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신세계L&B를 알짜 계열사로 성장시키며 와인 유통을 중심으로 주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신세계L&B의 주요 판매 채널 중 하나인 자체 주류전문점 ‘와인앤모어’의 오프라인 점포 수는 2020년 35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44개까지 늘었다. 2019년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선 신세계L&B는 2021년 1454억 원으로 늘었고, 와인뿐 아니라 맥주·위스키 등 다양한 종류의 주류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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