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에 전극 심은 하반신 마비 환자…다시 걸었다 [영상]

/유튜브 캡처

교통사고로 척수가 손상돼 다리가 완전히 마비된 환자가 다시 걷고 자전거까지 탈 수 있는데 성공했다.


영국 가디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로잔공대(EPFL) 그레고와르 쿠르탱 교수와 로잔의대 소속 조슬랭 블로크 교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척수가 손상돼 다리가 마비된 미셸 로카티 등 3명이 척추에 삽입된 전극으로 척수신경을 자극하는 치료를 통해 다시 걷고 자전거도 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태블릿을 이용해 무선으로 제어할 수 있는 부드럽고 유연한 전극을 환자들의 척추뼈 바로 아래에 삽입해 척수신경에 전기자극을 가하면서 훈련을 하는 과정을 거쳐 이들이 다시 서고, 걷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물론, 수영장에서 다리 차기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개인 맞춤형 척수 전기자극 요법이 광범위하고 심각한 척수 손상을 지닌 사람들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캡처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29∼41세 남성으로 모두 사고로 척수신경이 심하게 손상돼 다리가 마비됐다. 수술 환자 중 한 명인 로카티의 경우 2017년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의 감각과 운동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로카티는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일상적인 재활과 훈련을 하는 동안 계속 척추에 삽입된 전극을 사용했다. 삽입된 전극은 다리와 상체의 근육들을 제어하는 척수신경에 전기 펄스 자극을 가한다. 이 장치는 태블릿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전극에서 서기,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다리 차기 등 특정 움직임에 맞는 펄스 신호가 나오도록 조종할 수 있다. 로카티는 "이제 이 장치는 내 일상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사용한 지 수 시간 안에 세 환자 모두 일어설 수 있었고 3∼4개월간 연습과 훈련을 하면서 기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현재 잃어버린 근육을 재건하고 더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하고 있으며, 술집에 서서 술도 마시는 등 일상을 서서히 회복해 가고 있다.


블로크 교수는 "시작 단계에서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환자들은 훈련을 통해 부드럽게 걷는 법을 빠르게 습득했다"며 "여성 환자들도 결과가 비슷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쿠르탱 교수는 "이 기술 덕분에 가장 심각한 척수 손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게 됐다"며 "이 장치를 제어해 뇌가 척수를 통제하는 것처럼 척수를 활성화해 서고, 걷고, 수영하고, 자전거를 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