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우리의 대응체계 확충 필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여야 모두 대응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대선 정국에서 각자에게 유리한 편향된 내용만 부각시킨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에 대한 균형감 있는 대중적 이해를 돕기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를 기초부터 살펴본다.
미사일방어는 군의 대공방어체계의 한 부분이다. 전통적인 대공방어체계는 항공기, 순항미사일와 같이 아음속이나 초음속 수준으로 날아오는 위협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다만 음속의 5배(마하 5) 이상의 ‘극초음’을 넘나들면서 높은 고도에서부터 내리꽂히는 탄도미사일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사일방어는 주로 이 같은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된 체계를 지칭한다. 지상과 공중, 우주에서 다양한 감시·정찰정보로 적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발사후 탄착시키기까지 전과정을 탐지·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한다. 다만 국가별로 구체적인 미사일 탐지·추적·요격 자산과 전술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각국이 처한 지정학적 환경과 적대국·적대세력의 미사일 위협수준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이 뭐길래
먼저 탄도미사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미사일방어체계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미사일은 추진력을 어떻게 얻는지, 비행특성은 어떤지 등에 따라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나뉜다.
순항미사일은 본체에 탑재된 제트엔진의 힘으로 자체적인 추진력을 얻어 날아가는 유도무기다. 마치 비행기처럼 수평비행 등을 날아간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특히 저고도로 비행할 수 있고, 적의 탐지를 피해 방향과 경로를 바꿀 수 있다. 최대속도는 일반적으로 음속에 다소 못 미치는 ‘아음속(보통 마하 0.7안팎)’ 정도다.
근래에는 아음속을 넘어서는 순항미사일도 나오고 있다. 일반 제트엔진보다 진화한 램제트엔진을 달아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초음속순항미사일’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보다 빠른 스크램제트 엔진으로 날아가는 ‘극초음속순항미사일’도 미국 등이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반면 탄도미사일의 경우 제트엔진이 아니라 로켓엔진의 힘으로 일정 고도까지 쏘아올려진다. 이렇게 상승한 뒤 일정 고도에서 미사일의 앞머리에 해당하는 탄두가 로켓으로부터 분리된다 . 분리된 탄두는 자체 추진력 없이 관성의 힘으로 정점 고도까지 추가 상승한 뒤 정점을 지나면 관성과 중력의 힘으로 낙하면서 표적까지 날아간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은 로켓의 추진력과 중력의 힘을 빌어서 각각 ‘상승→정점 고도 도달→하강→명중’하는 탄도궤적으로 비행한다. 쉽게 이해하자면 포물선 궤적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근래에 개발된 탄도미사일의 실제 비행궤적은 일반적인 탄도곡선보다는 더 정교하고 복잡하다.
이 같은 비행특성을 감안할 때 순항미사일은 레이더 사각지대인 저고도로 날아가서 상대방의 레이더에 탐지될 가능성이 적다. 대신 일반적으로 비행속도가 아음속 수준으로 느리기 때문에 상대방의 레이더에 탐지된다면 기존의 대공무기에도 비교적 쉽게 격추될 수 있다. 그에 비하면 탄도미사일은 높은 고도로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특성상 상대방의 레이더에 비교적 쉽게 탐지된다. 대신 상대적으로 비행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탐지하더라도 일반 대공무기로 쏘아 맞춰 격추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탄도미사일 요격에 특화된 미사일방어체계로 대응하더라도 100% 격추를 장담할 수 없으며 보통 70~80%가량의 요격률(요격미사일 1발당 적 탄도미사일 요격률 기준)을 전제로 해서 방공전력을 구축한다.
◆사거리에 따른 분류
탄도미사일는 사거리를 기준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우리 국방부는 사거리에 따라 300~1,000km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000~3,000km의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3,000~5,500km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5,500km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분류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에 미달하는 사거리 300km이하의 탄도미사일을 전술탄도미사일(TBM)로 별도 구분하기도 한다.
북한의 미사일중 가장 수량이 많은 것은 SRBM이다. 현재 1,000기 이상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스커드-B, 스커드-C가 대한민국의 수도권 등 주요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MRBM으로 기존 스커드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린 스커드-ER과 스커드 개량형, 북극성 미사일 시리즈, 노동미사일 등을 개발해 보유 중이다.
북한의 IRBM으로는 무수단 미사일과 화성-12형이 있다. 이중 화성-12형 북한은 지난 2017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괌 포위사격’ 운운하며 해상으로 여러 차례 발사했던 무기다. 올해 들어선 지난 1월에 화성-12형이 다시 시험 발사돼 해당 IRBM이 전력화했음을 시사했다. ICBM으로는 화성 13형·13형 개량형·14형·15형과 대포동 미사일 등을 개발했다.
이 같은 사거리는 최대 사거리를 기준으로 표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최대 사거리는 비행을 위한 에너지 소모를 가장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최소에너지 발사각도'로 발사시 달성할 수 있다. 최소에너지 발사각도는 미사일제원과 사거리 등에 따라 대체로 30~45도 사이로 가정된다. 예를 들어 지난 2014년 당시 국방대 무기체계학과 연구진이 분석한 IRBM 비행궤적 특성 관련 연구에선 37도를 MRBM의 최저에너지발사 각도로 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탄도미사일을 쏠 때 반드시 최대 사정거리로 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허를 찔러 방어를 무력화하기 위해 통상적인 사정거리보다 짧게 쏘기도 한다. 사정거리의 가감은 로켓연료 양을 조절하거나 탄두 탑재무게 등을 가감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지만 그보다 더 간편한 것이 발사각도 조절이다. 즉, 최저에너지발사방식보다 각도 높여서 쏘는 이른바 ‘고각발사’방식이나 각도를 낮춰서 쏘는 ‘저각발사’방식을 이용하면 최장사거리보다 짧은 범위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17년 5월과 올해 1월 화성-12형을 고각발사 방식으로 쐈다. 그 결과 최대 사거리 5,000km(추정치)인 화성-12형은 지난 2017년 5월 14일에는 700km, 올해 1월 30일에는 800km의 짧은 사거리로 비행했다.
외기권 비행하는 '중간단계'에서 2차 요격기회
美 GBI로 방어…韓 종심 짧아 중간요격 어려워
종말단계에선 '상층→하층' 순서로 요격가능해
韓, 천궁2, 패트리엇 등으로 하층방어부터 다져
◆탄도미사일 어떻게 막나
미국 비영리기관인 군축협회(Arm Control Association)의 ‘미사일방어체계 일람’ 자료 등에 따르면 미사일방어체계는 기본적으로 인공위성과 레이더(지상레이더, 해상레이더), 요격탄, 지휘통제소(혹은 교전통제소)로 구성된다. 여기에 더해 국가에 따라선 조기경보통제기, 유·무인정찰기 등이 더해지기도 한다. 이때 정찰용 위성과 정찰기가 활용하는 감시 장비는 보통 3가지다. 디지털망원경인 전자광학(EO)카메라, 물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탐지해 시각적을 보여주는 적외선(IR)카메라, 사물에 전자파를 쏘아 흑백영상으로 보여주는 합성개구레이더(SAR)다.
해당 3가지 장비 중 육안으로 보는 것처럼 가장 선명한 감시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EO카메라다. 다만 야간이나 구름이 많이 낀 악천후에서는 관측이 제한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탑재되는 것이 SAR이다. 낮밤이나 기상상태에 관계 없이 전천후로 감시해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위성에 탑재된 SAR는 1m이하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해상도로 흑백영상을 촬영해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구 저궤도에서 최소 30~50cm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SAR를 개발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권의 기술력으로 평가 받는다.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며 저궤도에서 최소 10cm가량의 물체도 알아볼 수 있는 해상도의 SAR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IR카메라는 적의 미사일이 내뿜는 열을 감지해 영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아군은 우선 인공위성과 정찰기로 적의 미사일발사 징후를 감시한다. 우선 EO카메라와 SAR 등으로 적의 지상 미사일발사 시설 등을 상시적으로 정밀감시한다. 그러다가 적이 미사일을 쏘면 발생하는 화염 등을 IR카메라로 식별해 적이 미사일 등의 발사체를 쐈음을 확인해준다.
이렇게 발사된 미사일이 일정 고도로 올라가면 아군의 지상 및 해상레이더에 포착된다. 이들 레이더는 기본적으로 탐지·식별·추적 기능을 발휘한다. 즉, 아군 레이더가 쏜 전자파가 적이 발사한 물체에 레이더에 부딪혀 되돌아오면 이를 수신해 상공에 이상물체가 있음 탐지한다. 이어서 해당 물체가 미사일인지 여부를 구분하는 식별절차를 수행한다. 이와 동시에 추적기능을 통해 식별된 적 미사일의 이동경로를 보여준다.
이렇게 레이더 등이 포착한 탐지·식별·추적 데이터는 통신망을 타고 지휘통제소(혹은 교전통제소)로 전달된다. 지휘통제소는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협상황을 인식해 적 미사일의 종류 및 비행경로, 탄착지점을 자동으로 예측하고,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격추하기 위해 어떤 방공포대에서 대응할 지 등을 판단해 요격을 지시한다. 지시를 받은 방공포대는 적 미사일을 향해 요격탄을 발사해 격추한다.
◆진화하는 요격미사일
탄도미사일 방어용 요격탄은 기본적으로 지상 및 해상레이더가 제공한 추적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적 미사일을 방향을 향해 날아간다. 요격탄은 목표지점에 일정한 거리까지 근접하면 자체적으로 탑재된 레이더나 IR센서 등을 작동시켜 적 미사일을 보다 정밀하게 찾아낸다. 최신형 요격탄들은 비행 막판에 옆구리 등에 탑재된 소형엔진인 측추력기를 켜서 비행궤도 및 비행자세를 최종적으로 미세조정하면서 적 미사일을 끝까지 쫓아가 격추시킨다.
이때 격추 방식은 요격탄의 종류에 따라 근접신관 방식, 직격방식(힛투킬·hit to kill)으로 구분된다. 근접신관 방식은 요격탄이 적 미사일에 가깝게 접근한 뒤 일정 거리에서 폭발한다. 폭발시 요격탄에서 발생하는 파편과 폭발에너지로 적 미사일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는 비교적 명중률이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대신 파편이나 폭발에너지로는 적 미사일을 완파시키지 못하고 일부만 손상시키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반드시 완파해 공중소멸시켜야 하는 적의 핵미사일이나 생화학탄을 요격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구형 패트리엇(PAC-2) 미사일, 우리나라의 천궁(M-SAM), 러시아 S-200 등이 근접신관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힛투킬 방식은 핵미사일, 생화학탄을 요격하는 데 적합하다. 이는 요격탄이 직접 적 미사일과 충돌해 파괴하는 방식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요격미사일의 탄두에 실린 요격체가 극초음속의 속도로 부딪혀 적 미사일을 부순다. 이때 충돌에너지로 발생하는 고열은 적 미사일에 탑재된 핵무기나 생화학물질을 태워 공중분해시켜버린다. 미국의 신형 패트리엇(PAC-3)계열 미사일과 사드(THAAD), 스탠다드-3(SM-3), 우리나라의 천궁2(M-SAM PIP), 러시아 S-300 및 S-400, 이스라엘의 애로우 미사일 등이 직격방식 요격탄이다.
상층 영공에 대해선 자주적 방어 수단 전무해
주한미군 '사드'에 한반도 고고도 방어 의지
2024년 L-SAM 개발완료시 70km까지 방어
후속 고고도·외기권 요격체 국산은 아직 없어
북한 미사일 고도화에 긴급대응위해 보완 필요
'L-SAM 2' 개발 추진해도 2030년에나 전력화
공백기간 매우려면 국군의 사드 도입 고민해야
◆미사일방어의 기본은 ‘단계별 다층적 요격’
아무리 뛰어난 요격탄이라도 100% 명중률을 확신할 순 없다. 적 미사일이 초음속이나 극초음속의 속도로 날아오는데다가 요격을 피하기 위해 정상적인 탄도곡선에서 벗어난 변칙적인 비행(회피기동)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어하는 입장에선 요격을 여러번 시도해 격추 기회를 늘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를 위해선 적 미사일의 비행 단계별로 거리와 고도에 따라 다양한 파괴를 시도하는 다층적 요격방식이 구현돼야 한다.
탄도미사일의 비행단계는 크게 적게는 3단계에서 많게는 5단계 이상으로 구분될 수 있다. 미국 군축협회 자료는 1단계 추진단계(상승단계), 2단계 중간단계, 3단계 종말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술적 난도와 비용, 정치·외교적 변수 등을 감안할 때 탄도비사일 비행단계별 방어체계 개발은 ‘종말단계→중간단계→상승단계’의 순서로 진행돼 왔다.
추진단계는 탄도미사일이 발사돼 연료가 소진될 때까지 로켓엔진의 추진력으로 상승하는 비행구간이다. 미사일 종류에 따라 추진단계는 최대 3~5분 가량 지속되기도 하며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의 경우엔 그보다 시간이 짧아진다. 그만큼 시간이 촉박해 요격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는 않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은 추진단계 후반에 최대속도를 내기 때문에 요격 난도가 한층 더 가중된다. 특히 ICBM의 경우 상승단계에서 최대 시속 2만4,000km(초속 약 6.7km)에 이르기도 한다고 협회는 소개하고 있다.
상승단계 요격은 항공기 등에서 공중발사레이저(ABL)를 쏘거나 지상·해상·공중에서 요격탄을 쏘는 것이다. 미국은 상승단계 요격을 위해 2000년대에 보잉747여객기를 개조해 고출력의 ABL을 탑재하는 방안을 시도했으나 2010년대 들어 사업을 폐기했다. 이후에도 미국은 2025년을 목표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약 500kW 출력의 소형 레이저무기를 개발해 스텔스전투기 등에 탑재시키는 방안이다. 다만 고출력의 에너지빔을 낼 수 있는 장치를 소형화하는데에는 상당한 기술적 난제가 있다. 기상상태 등에 따라 레이저빔이 대기 중에 산란돼 정확도와 위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여기에 더해 개발비용의 문제, 상승단계 요격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공권 확보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공중발사 요격탄의 경우 미국, 유럽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공중발사직격탄(ALHTK)을 연구했다. 그 결과 ‘네트워크.중심 공중 방어탄(NCADE)'를 개발해 2007년 시험에서 ICBM을 상승단계에서 요격하는데 성공했다. 유럽연합(EU)도 공중발사요격탄(ALI)이라는 명칭의 상승단계 요격무기를 전투기에 탑재해 발사하는 구상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에선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한국형 상승단계 요격탄 개발을 물밑에서 모색 중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시 이를 인공위성과 조기경보기 등으로 탐지하고 이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무인기가 공중발사 요격탄을 발사해 격추한다는 개념이다. 아직은 개념연구 등 초기 단계수준인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기반기술을 확보해 군이 전력화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승단계 요격이 제한될 경우 탄도미사일의 중간단계 비행구간에서 격추를 시도할 수도 있다. 중간단계는 탄도미사일의 탄두가 연소를 마친 로켓에서 분리돼 관성의 힘으로 외기권(고도 100km이상 상공)에 진입해 정점에 다다른 뒤 중력에 이끌려 서서히 하강해 대기권이 진입하기 이전까지의 단계를 총칭한다. ICBM의 경우 중간단계 비행시간이 20분 가량에 이를 정도로 길기 때문에 미국은 자국 본토로 향하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지상발사탄도미사일요격체(GBI)라는 미사일 등으로 요격하는 체계를 구축해왔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간단계 요격은 상승단계 요격보다 어렵다.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을 쏠 경우 불과 수분 내에 수도권에 탄착할 정도로 종심의 길이가 짧은 탓이다. 이로 인해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시 외기권에 머무는 극히 제한된 시간 동안 중간단계 요격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중간단계 비행중 정점에 이르기 직전에 탄도미사일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기 때문에 이 타이밍을 노려볼 수는 있다. 그마저도 유효한 요격체인 SM-3를 아직 국내에 도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현재로선 우리 군의 북한 탄도미사일 중간단계 요격은 요원하다.
◆‘종말단계 다층 요격’ 가속내는 한국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군은 탄도미사일 비행단계중 종말단계 요격 역량을 확충하는 쪽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시동이 걸린 후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서 한층 고도화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는 기본적으로 고도 40km를 기준으로 그 밑에서 요격하는 하층 방어와 위에서 요격하는 상층 방어로 이원화돼 설계됐다.
KAMD 초창기에는 상층방어 수단이 전무했고, 하층 방어체계부터 다져나갔다. 우선 미국산 신형 패트리엇(PAC-3)를 도입했고 기존의 구형 패트리엇(PAC-2) 개량사업도 추진해왔다. PAC-3는 고도 15~40km에서 요격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와 더불어 하층 방어용 요격탄을 국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천궁2 미사일이다. 천궁2는 20~40km에서 요격할 수 있다. 이로써 우리 군은 하층 방어를 위한 중첩 요격 수단을 갖게 됐다.
상층에 대해선 아직 우리 군 독자적인 방어수단이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진통 끝에 가까스로 주한미군이 사드를 국내에 반입해 수도권 등의 상층 상공을 지키고 있는 게 전부다. 우리는 아직 상층 영공 수호를 위한 자주국방력을 갖추지 못한 채 동맹국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상층부 고도인 40~70km(혹은 100km)에서 요격할 수 있는 국산 장거리지대공미사일(엘샘, L-SAM)이 2024년까지 개발된 예정이다. 당초 빨라야 2020년대 중반에서나 개발될 것으로 전망됐다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일정을 앞당겨 향후 약 2년 뒤부터는 실전배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L-SAM 보다 높은 고도 70km 이상(혹은 100km이상)의 상층 영공을 수비할 국산 무기체계 개발사업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ADD 차원에서 가칭 ‘L-SAM 2’ 개발을 물밑에서 모색하고 있지만 언제 본격적으로 개시될 지는 미지수다. 빨라야 2030년대초에나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급속히 고도화되고 있어서 당장 우리 군이 자주적으로 상층 방어를 수행할 수있는 무기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국산 사드, SM-3 등을 일부 수량 도입해 사용하다가 추후 2030년대 ‘L-SAM 2’ 등이 개발되면 국산으로 확충하거나 대체하자는 의견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는 않다. 주한미군 사드 포대 만으로도 상층 영공 방어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주요 연구결과 등을 보면 사드 1개 포대로는 수도권 등 주요 지역을 방어할 순 있지만 전국적인 방어를 하기는 쉽지 않다. 아울러 만의 하나 전시 상황에서 어느 한 개 포대가 일시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 올 경우 다른 포대가 대신 대응해줘야 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최소한 사드 1개 포대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도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