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SMIC가 반도체 생산 능력을 증대하기 위해 올해 약 6조 원을 신규 투자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미국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은 반도체를 전략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 SMIC는 미국산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전년 대비 138% 이익 증가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12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SMIC는 올해 50억 달러(약 5조 98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투자액인 45억 달러(약 5조 3800억 원)보다 5억 달러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투자 규모다. SMIC는 신규 투자로 8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 월간 생산량을 현재 13만 개 수준에서 15만 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SMIC의 파격적인 투자 증대는 순이익이 대폭 증가해 자금 사정이 여유로워진 덕분이다. 지난해 SMIC의 순이익은 17억 달러(약 2조 350억 원)로 전년의 7억 1600만 달러 대비 배 이상 늘어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5세대(5G) 스마트폰과 스마트 차량, 가전 제품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SMIC의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대만의 시장 조사 기업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MIC의 지난해 1분기 매출은 세계 파운드리 기업 중 5위에 해당한다.
SMIC에 대한 중국 정부의 비공식적 지원도 이익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 반도체 산업 경쟁에 나서며 칭화유니와 SMIC 등 대형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SMI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첨병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중국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 방식이나 지원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세제 혜택과 보조금이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SMIC의 성과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 주목된다. 지난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 SMIC는 미국 상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로 인해 SMIC는 네덜란드 ASML의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