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3국인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병력 증원을 요청했다. 러시아가 연합 훈련을 이유로 벨라루스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하면서, 러시아 군이 벨라루스에 영구 주둔할 것을 우려해서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발트3국은 나토에 병력 증원을 요청했다. 최근 러시아는 약 3만명의 러시아군 병력과 전투기, 미사일포대, 방공 시스템 등을 벨라루스로 이동시켰다. 러시아는 연합훈련이 끝나는 오는 20일에 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발트3국은 이 병력이 벨라루스에 남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발트3국은 러시아 군이 서방 동맹의 장기적인 안보를 위협하는 만큼 동유럽에 나토군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도 같은 입장이다.
폴란드의 즈비그니에프 라우 외무장관은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잔류할 가능성이 있다”며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트 3국은 과거 소련에 점령된 뒤 합병됐다가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했다. 이후 2004년 나토와 유럽연합(EU)에도 가입했다. 이들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러시아의 월경지인 칼리닌그라드다. 발트해 연안에 있는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 본토 사이에는 발트 3국과 벨라루스가 있다.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를 연결하기 위해 리투아니아를 침공, 일부 지역을 장악한다면 발트 3국은 나토 동맹국들과 육로 연결이 끊어져 섬처럼 남을 수 있다.
지금은 러시아가 이런 작전을 하려 해도 러시아 군대가 벨라루스를 통과해 리투아니아로 들어와야 하는 만큼 미리 이를 감지할 수 있지만,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영구 주둔한다면 이 공격을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며칠 또는 몇 시간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발트 3국의 우려다.
쿠스티 살름 에스토니아 국방부 장관은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주둔할 경우 "조기경보 시간을 단축하기 때문에 나토 전체의 계산이 극적으로 달라진다"며 "벨라루스는 러시아에 작전상 큰 이점을 준다"고 WP에 말했다.
반면 서방 관료들은 이런 우려에 미온적이다. 러시아의 파병이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유럽의 어느 다른 지역에서 즉각적인 군사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의 군사정보업체 제인스의 토마스 불럭 선임 연구원은 “벨라루스에 있는 거의 모든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배치됐다는 점에서 당장 우려되는 것은 우크라이나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은 지난주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토군 증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토군 주둔을 조정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잔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