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창직의 좋은 예…“직업군인에서 밥상머리교육 선구자 되다”

[라이프점프×이정원의 창직 탐구_11편] 김정진 밥상머리교육사
가족 간의 식사를 통해 아이들의 창의성과 지혜를 교육
밥상머리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밥상머리교육 코칭 및 교육 진행


김정진 교수는 원래 직업군인이었다. 평소 아동교육과 아동실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군 생활 중 엄마를 잃고 입양된 아이를 보고 ‘미아방지를 위한 아기지문등록제’를 발명해 정부에 관련 정책을 제안하고 실현하기도 했다. 이것을 인연으로 군대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하고, 이후 직업군인에서 유아교육과 교수로 직업이 바뀌게 됐다.


김 교수는 결혼 이후 주말부부로 생활하면서 아이들이 커갈수록 자신과 사이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변화가 필요했던 그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교육인 밥상머리교육을 떠올리고 다양한 책과 영상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유대인의 하브루타처럼 체계적인 밥상머리교육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 교수는 자신이 직접 한국형 밥상머리교육을 개발하기로 하고, 연구대상을 그의 자녀들로 정했다. 우선 규칙적으로 매주 주말 아침 식사 후 1시간씩 밥상머리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교재는 여러 연구와 고민 끝에 신문을 선택했다.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매일 쏟아지는 신문이 가장 적합한 교재였다. 이렇게 3개월이 지났을 때, 그의 딸이 다가와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빠! 우리 토론하자!” 한국형 밥상머리교육의 탄생이자 시작점이었다.


밥상머리교육이란 가족이 함께 식사하면서 질문과 토론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성과 지혜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밥상머리교육사는 이를 위한 밥상머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부모에게는 밥상머리교육 코칭 및 교육을 진행한다.




김정진 밥상머리교육사/사진=이정원

가정의 문제로 사회 문제로 인식해 창직에 성공


처음에는 밥상머리교육 방법을 질문식 대화법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곧 문제가 생겼다. 종이신문을 보는 집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교재로서 효용성이 사라졌다. 김정진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교재를 넣는 방식, 즉 밥상버리교육 관련 앱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세계 최초로 개발된 밥상머리교육앱 ‘지혜톡톡’이었다. 그는 밥상머리 교육의 연구 성과가 나오면서 체계적인 연구 기반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17년 1월, ‘한국밥상머리교육연구소’를 열었다. 비록 1인 연구소였지만 국내 처음으로 밥상머리교육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라 그 의미가 매우 컸다. 누구도 잘 모르는 밥상머리교육을 깊게 연구해 이 분야의 1인자가 되고 싶었던 그는 지난 2018년 9월 ‘미디어를 활용한 인문학교육 방법 서비스 제공 시스템’으로 밥상머리교육방법을 최초로 특허 등록을 했다. 또한, 한국밥상머리교육연구소를 한국밥상머리교육 진흥원으로 변경시키는 등 밥상머리교육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정진 교수가 밥상머리교육을 창직할 시점에 한국에는 체계적인 밥상머리교육이 없어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었다. 그는 한국인의 교육에 맞는 새로운 ‘한국형 밥상머리교육’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무료 앱이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교육프로그램인 밥상머리교육을 지자체에 공급하기 위해 설득하고 홍보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여러 지자체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기적의 밥상머리교육’,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비결’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아 특강을 통해 밥상머리교육을 홍보할 수 있었다. 또한, 지자체와 학교 등에서 진행한 밥상머리교육이 보도자료와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면서 밥상머리교육이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



부모 대상 밥상머리교육 관련 강연 모습/사진=이정원

초저출산 시대인데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밥상머리교육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매년 정부 기관, 전국 시군구 등 지자체, 공공기관, 교육청, 유·초·중·고에서 밥상머리교육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특히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의 확산으로 가족 중심의 밥상머리 교육프로그램 지원이 새로운 사회문화와 기업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창의융합 교육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암기식 지식보다 밥상 머리교육사를 통한 부모의 삶의 지혜와 통찰을 전수하는 밥상머리교육 문화가 더욱 공유되고 확산될 전망이다.


밥상머리교육은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중요시해 왔던 교육방식이었다. 그 예로 세종대왕 역시 삼시 세끼를 꼭 자녀와 함께 먹으며 대화를 통해 밥상머리교육을 했다는 세종실록의 기록이 있다. 그만큼 한국의 밥상머리교육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본적인 예절교육과 인성교육의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초저출산 시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한 부모·자녀 갈등 문제, 아동·청소년 문제가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시대이다. 밥상머리교육전문가 김정진 교수는 한국형 밥상머리교육을 통해 이러한 가정교육의 문제해결뿐만 아니라 창직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교육학 전공자로서 비주류분야인 밥상머리교육에 과감히 도전했고, 교육용 앱 개발로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여 안정적으로 창직에 이를 수 있었다. 직업 특성상 가족들과 떨어져 자칫 소외된 아빠가 될 수 있었지만, 이러한 가정의 문제를 사회의 문제로 인식해 창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가정에서도 창직은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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