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에 대한 반대론이 분출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대승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의원은 소수로 대다수 의원들은 지금의 지지율 격차에서 여론조사 단일화는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윤 후보도 여론조사 방식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전해졌다.
14일 서울경제가 국민의힘 의원 다수에게 여론조사 단일화 여지가 있는지 묻자 일축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A 의원은 “여론조사 단일화는 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며 “테이블에 앉았다가 협상하자 밀당하자 이런 식으로 할 생각은 없다는 게 후보 입장”이라고 단언했다. B 의원도 “후보는 당연히 여론조사 방식을 안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다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40%를 넘나들고 안 후보는 1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이미 민심이 윤 후보에게 기울었기에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모양이다.
여론조사를 받으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으로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B 의원은 “일반 여론조사에서 단일화 관련해 (질문)해보면 여당 지지층이 안 후보에게 대거 몰려간다”며 “이번에도 그런 결과가 당연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전날 여론조사 뒤 러닝메이트를 이루자고 제안한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A 의원은 “여론조사 하고 러닝메이트도 하자니 꿩 먹고 알 먹고 하겠다는 것이냐”며 “경선을 했을 경우엔 한 사람은 집에 가는 것이다. 양보를 했을 경우에만 러닝메이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 의원은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은 ‘연막’이라고 평가하며 “(단일화 담판에서) 뭔가 더 나은 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이날 여론조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선대본부 회의에서 “단일화 방식에 있어서는 안 후보 제안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통 큰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회의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는 그렇게 편하지 않다”며 “좋은 방법이 아닌 거 같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여론조사를 하되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식으로 안 후보와 접점을 찾자는 주장도 나온다. 조경태 국민의힘 직능본부장은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바라는 분이니 정권교체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여론조사 하면 될 것”이라며 “후보의 결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민의당은 역선택 방지 조항 삽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것.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역선택 방지조항은 국민의힘 경선 방식에도 없는 조항"이라며 "지금 와서 그걸 문제 삼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단일화 불씨는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4자 구도 자강론보다는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어서다. 또 지난주 윤 후보의 ‘정치보복 발언’ 논란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면서 박빙 상태로 접어든 있는 것도 단일화 필요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당분간은 두 후보가 단일화 논의에서 대치하는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경제 의뢰로 칸타코리아가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 중 26.5%만 일대일 여론조사 방식을 택했다. 대가 없이 양보가 29.4%로 가장 높았고, 책임총리를 맡기는 공동정부 방식은 22.7%였다. 다자대결 상 안 후보 지지층만 살펴봐도 여론조사 방식은 38.4%로 과반에 미달했고 26.5%는 대가 없이 양보, 27%는 공동정부 방식이었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는 접고 공동정부나 다당제 선거법 추진 등 다른 제안을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 후보 지지율이 10%대에 머물고 있어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선거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결국 윤 후보가 제시한 담판 방식으로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제안을 검토, 수용하는 방식이다. A 의원은 “안 후보가 이런 걸 원한다고 하면 윤 후보가 예스, 노 하는 방식으로 할 것”이라며 “일도양단 윤석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