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인 K-OTC에 상장한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 두올물산(카나리아바이오)의 시가총액은 20조 7850억 원에 달한다. 만약 코스피 시장에 있었다면 신한지주(20조 8706억 원)에 이은 시총 17위다. LG전자(20조 1287억 원)는 물론이고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삼성물산(20조 904억 원)보다도 규모가 크다.
증권가에서는 두올물산을 보고 “난생 처음 보는 사례”라는 반응이 나온다. K-OTC에 등록한 중소기업의 가치가 웬만한 코스피 대형주 수준까지 뛴 것도 이례적인 데다 이 회사의 주가 급등으로 인해 ‘모체’인 코스닥 상장사(디아크(078590))에 공매도를 했던 기관까지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두올물산은 현재 거래가 정지된 코스닥 상장사 디아크로부터 인적 분할해 나온 회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두올물산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없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감사 의견 거절’을 피하기 위한 인적 분할=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두올물산은 이날 K-OTC 시장에서 상한가에 오르며 21만 1500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가를 달성했다. 이날 거래 대금은 약 1억 1413만 원(거래량 542주) 수준이었다.
지난해 9월 K-OTC 등록 당시 이 회사의 시초가가 107원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5개월 사이 주가가 2000배나 뛴 것이다.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난소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인 ‘오레고보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3상 기대감이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두올물산의 바이오 사업 지속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여겨졌던 두올물산홀딩스 합병이 지난 10일 금감원의 승인을 받으면서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두올물산의 주가 급등을 이해하려면 지난해 5월 디아크의 인적 분할을 먼저 봐야 한다. 디아크는 지난해 3월 감사인인 다산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였다. 디아크가 캐나다 제약사 온코퀘스트로부터 사 온 바이오 지식재산(IP) 가치를 3752억 원으로 계상한 것에 대해 적정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봤다. 디아크 입장에서는 감사 의견 거절 사유 해소와 바이오 IP 임상 시험 자금 유치가 동시에 필요했다. 여기서 낸 ‘묘수’가 회사를 3개로 쪼갠 것이다.
지난해 5월 디아크는 두올물산홀딩스(당시 두올물산 모회사)와 OQP바이오를 인적 분할한다. 우선 비상장사인 OQP바이오에 바이오 IP를 양도함으로써 디아크의 감사 의견 거절 사유를 해소하도록 유도했다. 문제는 K-OTC에서는 감사 의견 거절을 받은 회사를 올릴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머지 한 회사인 두올물산홀딩스의 자회사 두올물산을 K-OTC에 등록한 것이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문제가 된 무형자산은 떼어내서 별도 법인을 만들고 나머지 회사는 K-OTC에 상장시키는 굉장히 고도화된 전략”이라며 “인적 분할을 이렇게 활용해 감사 의견 거절 사유를 피하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두올물산의 주가 급등에 유탄 맞은 ‘공매도 세력’=두올물산의 주가 급등은 디아크가 거래 정지되기 전 공매도를 했던 외국계 기관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매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 정지 후 분할된 기업 세 곳(디아크·OQP바이오·두올물산)의 주식을 모두 되사야 하는 데다 그중 한 곳(두올물산)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손실분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투자자들의 손실이 많게는 수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디아크의 공매도 잔액은 약 15억 원이다.
신한금융투자·키움증권 등 이들 외국계 기관에 디아크 주식을 빌려준 국내 증권사들도 두올물산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만약 공매도 투자자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곳이 있다면 국내 증권사들의 금전상 손해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 중개만 해줬지 TRS 등의 거래를 한 적이 없다”며 “손실 볼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의 ‘K-OTC’ 이례적 조사 돌입=두올물산의 비정상적인 주가 흐름에 감독 당국도 조사에 돌입했다. 금감원 조사기획국은 지난달 6일 두올물산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이 ‘비상장사’인 K-OTC 기업의 주가 등락을 조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보통 금감원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불공정거래(시세조종·미공개 정보 이용·부정 거래)를 조사한다. 특히 부정 거래를 뺀 시세조종,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는 상장사에 한해서만 적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두올물산에 대해 부정 거래를 명목으로 적용하되 실질적으로는 시세조종을 조사할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올물산의 경우에는 첫 등록일인 지난해 9월 13일부터 그해 10월 19일까지 연달아 상한가를 기록했을 정도로 이례적인 주가 패턴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본시장법 전공 교수는 “상장 주식이었으면 거래 데이터로 패턴을 찾아내서 관련자를 솎아내는 등 시세조종 조사 기법이 활용됐을 것”이라며 “조사는 시세조종 혐의를 밝혀내듯 하지만 나중에 제재를 하거나 검찰에 보내게 되면 부정 거래 명분을 달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