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안보법, 국익·법치 기준 공급망 관리 균형점 찾아야

기획재정부가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관리 기본법’ 도입을 위해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국들이 공급망 관리를 경제안보 차원으로 격상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반도체·요소수 부족 사태와 같은 공급망 교란을 막기 위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본법에는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범부처 조직인 ‘공급망관리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민간에 대한 정부 개입도 강화한다. 정부는 민간 업자에 수출입 및 재고 현황 등 기밀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민간 기업의 외국 특허 출원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문제는 정부의 공급망 개입이 과도한 경영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나치게 넓은 범위의 공급망 위기 품목을 지정해 자료를 요구할 경우 경영 기밀 유출을 우려한 민간 기업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인재의 해외 이직과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전략 산업에 종사하는 고급 엔지니어의 데이터베이스(DB)를 작성해 출입국 상황 등을 점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국가 첨단 전략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4조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과도한 통제와 감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엔지니어도 관리 대상이 되므로 외려 우수 인재 영입의 길이 막힐 수 있다.


기술·경제 패권 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국익과 안보를 위해 정부가 공급망 위기 관리 대책을 세우고 개입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헌법에 규정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 존중(제119조)’ 및 ‘사유재산권 보호(제23조)’ 등 법치의 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기업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균형점을 찾은 뒤 적정 수준의 공급망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되레 기업을 옥죄는 족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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