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중 악재에 한달새 300P 뚝…코스닥은 15개월來 최저

[우크라發 퍼펙트스톰-코스피 2700선 붕괴]
  원·달러 환율까지 1200원 근접에 외국인 "팔자" 전환
  코스피 '심리적 지지선' 내줘…코스닥도 12P 내려 839
  전문가 "투자심리 개선 요인 없어…추가 하락 가능성도"






하락의 늪에 빠진 증시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심리적 지지선인 2700선을 내줬고 코스닥도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고 연쇄적으로 공급 차질에 대한 불안이 고유가를 초래하며 증시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공포로 국채 금리가 치솟으며 수급을 옥죄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이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코스피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매도 전환에 다시 2600선으로=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과 비교해 27.94포인트(1.03%) 내린 2,676.54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8일 이후 9거래일 만에 다시 2670선까지 밀렸다. 연초 종가인 2988.77에서 한 달여 만에 311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12.87포인트(1.51%) 내린 839.92에 장을 끝냈다. 지난 2020년 11월 17일(839.47) 이후 최저치다. 이날 국내 증시 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전일까지 코스피에서 4거래일 연속 약 1조 7510억 원을 사들였지만 이날은 현물과 선물을 일제히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가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대사관을 폐쇄하고 남은 공관원을 폴란드 국경에 인접한 리비우에 재배치한다는 소식에 러시아 침공이 임박했다는 경계감이 한층 고조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 중에 러시아 군 병력 및 전투기, 장비 증강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무력 충돌에 대한 경계 심리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 심리 개선 요인이 부재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마저 1200원선까지 근접하며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꺾이지 않는 다중 악재 리스크=우크라이나 사태의 여진은 원자재 가격에까지 미치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36달러(2.5%) 오르며 배럴당 95.46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이후 최고치다. 러시아는 주요 원유 생산국으로 일평균 원유 생산력은 1120만 배럴에 달한다. 러시아 지역에서 원유 흐름이 차단되면 가뜩이나 빡빡한 원유 수급에 부담을 더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국제 유가가 향후 배럴당 125달러까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발 국제 유가 급등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기업들의 실적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기 불안, 금리 상승 압력 확대 등 기업 실적 부담 요인들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실적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만으로도 버거운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는 점도 문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등하자 강한 긴축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상정한 것보다 금융 긴축을 앞당겨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를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리가 오르면 설비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둔화로 이어진다.


미국 국채 금리도 2%대에서 움직이며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선물 매도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02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345%로 장을 마감했다. 오전 장에서는 2.358%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10년물 금리도 2.710%로 연중 최고치(2.747%)에 바짝 다가섰다.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강해지면서 채권 금리가 오른 것이다. 국채 금리 상승은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악화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채권 금리가 오르면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서 증시나 채권에 투자하는 기관들의 자금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단기적으로 증시 수급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2600 저점 테스트 가능성”=증시 전문가들은 리스크가 잇따라 부각되면서 당분간 증시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 증시로 분류되는 코스피가 대외 노출도가 높고 외환시장 변동성에 취약한 데다 체력(펀더멘털)도 약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연준 FOMC 의사록 결과와 위원들의 발언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코스피가 지난달 일시적으로 하회한 2600을 단기 저점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인 2500을 최하단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증시와 코스피 모두 2차 하락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스피는 2600선 지지력을 테스트하거나 그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까지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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