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전통적 지지층 세력의 규합도 중요하지만, 대선 결과를 좌우할 중도층의 표심을 잡느라 대선 후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한 경제정책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듯 계속 현 정부와의 차별점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정책에서 현 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전형적인 우파 경제정책 외에 좌파적 성격을 띠는 정책들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특히 퍼주기 정책에서 두 주요 후보들의 경제정책 공약이 많이 겹친다. 하지만 중요한 몇 가지에서 두 후보의 경제 철학과 공약에는 차이가 있다.
크게 차이 나는 것 중 하나는 정부의 역할이다. 이 후보는 큰 정부를, 윤 후보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이 후보의 큰 정부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부이고 정부가 직접 선수가 돼 경기에 참여하게 된다. 경기도에서 하던 지역화폐, 공공 배달앱 등이 그 전초전이다. 정부가 돈을 풀면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이다. 얼마 전 이 후보는 홍진경 유튜브에 출연해 정부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돈이 많은 게 정부”라며 국가부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부채를 늘린다는 이야기는 미래의 국가가 사용할 재원을 당겨 쓰는 것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착한 부채론’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이나 부채를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는 개념이 들어 있지 않다. 이자율이 계속 오르는 지금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은 정부 재정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고 우리 자식들은 언젠가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이 돈을 갚아야 할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 들어 재정지출은 400조 원에서 600조 원으로 늘어났다. 걷어들인 세금도 늘었다. 근로소득세수는 38% 증가했고 자산세수도 오른 집값 때문에 2.4배 늘었다. 이렇게 많이 걷은 세금도 모자라 국가채무는 지난 2017년 국내총생산(GDP)의 36%에서 올해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약대로라면 이재명 정부의 씀씀이는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더 클 것이고 이에 따라 세금과 국가채무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시장주의 작은 정부다. 덜 걷고 덜 쓰겠다는 것이다.
큰 정부가 좋을지 작은 정부가 좋을지는 누가 돈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지에 달려 있다. 정부인지 민간 시장인지. 물론 정부가 개입해야 더 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학 연구들은 민간 시장이 정부보다 더 효율적임을 보여준다. 정부 지출은 세금 기반이어서 민간 소비나 투자 감소를 초래한다. 또한 정부 지출은 관료 사회의 특징상 규제와 비효율성을 동반한다. 이론을 들여다볼 필요도 없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정부 지출 비효율성의 증거다.
이 후보는 자칭 경제 대통령이다. 시장과 도지사로서 지자체 경제를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후보들보다 경제를 많이 안다고 자칭한다.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구체적인 자신의 의견이 있다. 반면 윤 후보는 경제에 관해 ‘초짜’다. 따라서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된다면 경제 문제에 본인이 일일이 간섭할 것이고 윤 후보는 경제정책을 전문가에게 일임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나라 경제는 전문가 집단의 지성을 최대한 활용해도 제대로 이끌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제대로 된 전문가를 활용하지 못한 점이다. 경제는 믿음이나 신념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많은 경제 주체의 최적 행동이 합쳐져 경제를 움직이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과학적 데이터와 각종 경제이론에 기반을 둔 분석이 바탕이 돼야 한다.
요즘 선거는 경제 선거이다. 경제가 많은 문제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어떠한 정부를 갖고 싶은지, 어떠한 경제 철학을 따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큰 정부가 좋을지 작은 정부가 좋을지, 시장이 우월할지 정부가 우월할지, 대통령이 이끌지 전문가가 이끌지.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5년, 아니 10년·20년 후의 삶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