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엔비디아 눈앞"…비메모리 스타트업 약진

'세미파이브' 1300억 투자유치
기업가치 5000억대까지 상승
퓨리오사AI·리벨리온도 주목

퓨리오사AI 칩. /사진제공=퓨리오사AI

국내 시스템반도체 스타트업들이 하나둘씩 성과를 내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설계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역량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16일 반도체 설계 플랫폼 스타트업인 세미파이브는 1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창업한 세미파이브는 5년여 만에 기업가치를 5000억 원 안팎으로 평가받으며 몸값이 수직상승했다. 투자는 미래에셋벤처·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기관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회사 파빌리온이 참여했다.


세미파이브는 자체 반도체 설계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기업들에 반도체 개발 솔루션을 제공한다. 개별 기업이 칩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데 세미파이브 플랫폼을 이용하면 이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세미파이브의 플랫폼을 이용해 실제 칩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4개의 국내 시스템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세미파이브 플랫폼을 기반으로 6종의 전용 반도체 개발을 하고 있다. 퓨리오사AI·리벨리온 등 국내 유망 비메모리 스타트업들이 현재 세미파이브와 반도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사진제공=세미파이브

세미파이브는 이번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반도체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는 한국 개발팀에 이어 핵심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위해 미국·인도·베트남 등에서 개발팀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미파이브뿐 아니라 퓨리오사AI·파두·리벨리온 등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개발 스타트업들도 최근 들어 성과를 보여주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글로벌 AI반도체 성능 경연대회인 ‘엠엘퍼프(MLPerf)’에서 엔비디아의 경쟁 칩보다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이 대회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삼성전자 등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ML코먼스가 여는 대회로 AI반도체 성능 평가에서 최고의 공신력을 가지고 있다. 당시 대회에서 퓨리오사AI의 워보이(Warboy) 칩은 엔비디아의 T4 제품보다 이미지 분류, 객체 검출 등 처리 속도면에서 성능 우위를 보였다. 이 같은 기술력 덕분에 지난해 5월 시리즈B 투자에서 800억 원 투자도 받았다.


기업용 SSD(저장장치)를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파두는 최근 SK하이닉스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소셜미디어 기업인 메타에 SSD 공급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독자적인 SSD 설계 기술을 가진 기업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제외하고 파두가 유일하다. 파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들이 2015년 창업한 비메모리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세미파이브 투자에 참여한 김희진 한국투자파트너스 팀장은 “인공지능·자율주행 등에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으면 스타트업도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삼성·SK 등이 반도체 시장을 키우면서 좋은 인재들이 많아지고 성과를 내는 비메모리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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