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0조 VS 266조, ‘산타클로스’ 경쟁으론 미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집권할 경우 임기 5년 동안 대선 공약 이행에 각각 수백조 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한 재원 마련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이 후보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국정 공약이 주택 311만 가구 공급 등 총 270여 개, 관련 비용은 300조 원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기초연금 인상 등 총 200개의 국정 공약을 실행하는 데 드는 예산이 266조 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후보들이 지방을 돌아다니며 쏟아내는 지역 공약들이 빠져 있다. 두 후보는 이에 대한 재원을 계산 중이라며 소요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지역 공약까지 고려하면 누가 당선되든 실제로는 300조 원보다 훨씬 많은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유력 후보들은 선심성 돈 풀기 공약을 멈추지 않고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16일에도 “8세 미만에게 지원하는 아동 수당을 확대해 18세 이하 모두에게 연간 120만 원의 아동·청소년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도 65세 이상 국민 중 하위소득 70%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더 큰 문제는 공약 실천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안이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다. 세출예산 절감, 국세 행정 개선 등 막연한 방안만 나열했을 뿐 공약별 구체적인 재원 확보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 후보는 탄소세·국토보유세 도입 등을 염두에 둔 듯 막연히 ‘증세’를 언급했지만 윤 후보는 증세 방안도 꺼내지 않았다. 후보들은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는데도 여전히 ‘산타클로스 흉내 내기’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단 표만 얻고 보자’는 발상으로 사탕발림 공약을 늘어놓고 정작 사탕을 만들 재료를 어떻게 구할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무분별한 포퓰리즘 공약을 실행하려면 나랏빚을 폭증시키고 결국 미래 세대의 허리만 휘게 만들 것이다. 이런데도 대선 후보들이 미래와 성장·청년을 외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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