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서방 분열 드러내고 나토 동진 막았다…이미 승자"

유럽 정상 러시아로 불러낸 푸틴, 존재감 과시
러 제재 둘러싼 서방 갈등 "美 동맹 취약성 드러내"
우크라 "나토 가입 어렵다"…사실상 나토 동진 막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러시아의 군 병력 철수 발표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 국면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선 모습이다. 그동안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군 움직임에 따른 긴장 고조’로 요약된다면, 미국과 러시아·유럽 각국 정상들의 치열한 회담을 기점으로 이제는 ‘장기 외교전'으로 접어든 분위기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사태가 ‘제2라운드’로 돌입한 가운데 1라운드의 승자는 단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주요국 정상들을 러시아로 불러들이며 러시아가 강대국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마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가능성이 작다고 인정하게 만들며 사실상 ‘나토의 동진’을 막아낸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는 “서방 지도자들이 전쟁을 막기 위해 외교전에 뛰어들며 푸틴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자 줄 서는 모양새가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본격화한 이후 푸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세 차례 전화 회담을 했다. 지난 2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각각 7일과 15일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이를 두고 텔레그래프는 “러시아는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이라는 강력한 지렛대를 쥐고 있는 만큼 국제 사회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는 반면, 불안한 유럽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최근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서방 동맹의 느슨함’을 세계에 알렸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2일 영국 잡지 더스펙테이터는 ‘푸틴이 승리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나토가 이렇게 쇠약해 보인 적이 없었고,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문제로 이렇게 분열된 적이 없었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계속되자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 이웃 국가에 군을 파견하고 무기를 지원하는 등 빠르게 움직인 반면 독일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독일은 천연가스 수요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러시아에 강경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유럽연합(EU)과 강경한 대러 제재안을 만들고자 했으나, EU 내부에서조차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제재를 내리려면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는데, 독일과 이탈리아 등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국가들이 제재 내용과 수위를 낮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더스펙테이터는 “푸틴이 서방 동맹을 ‘현실’이라기보다 그저 ‘이론’일 뿐임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사실상 푸틴 대통령이 가만히 앉아서 나토의 동진을 막아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마저 나토 가입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였다는 이유에서다. 14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은 현재로서는 그저 꿈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바딘 프리스타이코 주영 우크라이나 대사 역시 13일 BBC 인터뷰에서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나토 가입이란 목표를 포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처럼 위협받고 협박을 받고 떠밀리는 상황에서는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답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숄츠 독일 총리 역시 15일 푸틴 대통령과 회담 후 자국 기자들과 가진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현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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