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군이 17일 친(親)러시아 반군을 상대로 포격을 감행했다고 러시아 언론이 보도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우크라이나가 선제 공격을 했다는 주장이지만 러시아가 침공의 명분을 얻기 위해 벌인 ‘자작극’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가 일부 병력 철수를 선언하며 위기감이 다소 누그러진 가운데 불거진 이번 공격설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또다시 긴장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푸트니크통신 등 러시아 매체는 이날 현지 시각으로 오전 4시 30분께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루간스크주에 박격포와 로켓추진수류탄(RPG) 등으로 총 네 차례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루간스크주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곳으로 이들은 지난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군과 무력 분쟁을 벌여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병력의 일부를 철수했다고 발표하며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던 긴장감이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실제로 미국 정보 당국은 최근 러시아가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오히려 자신들이 공격 당한 것처럼 꾸미는 ‘가짜 국기’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파악한 바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러시아의 자작극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포격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나 이 직후 러시아 언론은 “친러 반군도 우크라이나의 포격에 대응해 보복 공격을 했다”고 전했고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친러 반군이 루간스크주 마을을 포격해 유치원 건물 등이 파손했다”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전쟁 위협이 가라앉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날 “러시아의 철군 주장은 거짓이며 오히려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최대 7000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현재 파악하는 모든 징후는 러시아가 전쟁을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동안 겉으로는 대화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보다 더 분명하게 러시아의 철군 주장을 허위라고 규정한 것이다.
나토 역시 러시아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어떤 긴장 완화의 신호도 보지 못하고 있으며 병력이나 장비 철수도 보고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물리력을 동원해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은 이제 유럽의 뉴노멀로 봐야 한다”며 “회원국 장관들과 동유럽 일대에 신규 나토 전투단 배치를 검토하기로 했으며 세부 사항이 앞으로 수주 내에 보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ABC 인터뷰에서도 “불운하게도 러시아의 말과 행동에는 차이가 있다”며 ”의미 있는 철군은 없다"고 재차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면서 “방아쇠를 오늘 당길 수도, 내일 당길 수도, 다음 주에 당길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미국의 휘발유 가격에 영향을 주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나는 이것이 고통이 아닌 척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서방의 히스테리가 계속되고 있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