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그냥 놔두면 이 당이 아주 암에 걸려서 헤어나올 수 없다”(용인 유세)
“비상식적 좌파 이념을 쫓아내면 나라 잘 굴러가게 돼 있다”(송파 유세)
“민주당에 장악된 언론 매체들이 저에게 미래 비전 없다고 비난”(서초 유세)
전국이 영하권 추위로 얼어붙은 17일. 수도권 민심 공략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내뱉는 발언만큼은 ‘뜨거운 맛’이었다. 윤 후보는 부동산, 외교·안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지적했다. 유세 거점 마다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윤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고 윤 후보는 원색적 표현까지 사용하며 정부·여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윤 후보는 이날 경기 안성에서 수도권 순회 유세를 시작했다. 오전 10시께 5톤 유세 트럭에 오른 윤 후보는 20분 연설 대부분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내용으로 채웠다. 윤 후보는 자신의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 발언에 정부·여당이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한 데 대해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고 하니까 정치 보복한다고 한다”며 날을 세웠다.
윤 후보는 “정치보복을 누가 제일 잘 했느냐”고 물은 뒤 지지자들이 ‘문재인(대통령)’이라고 고함을 지르자 “원래 옛날에도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이 뒤집어씌우는 건 세계 최고였다”고 말했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독재자 히틀러와 무솔리니에 빗댄 것이다. 곧이어 윤 후보는 “자신의 죄를 남에게 뒤집어씌우고 짓지 않은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것은 파시스트와 비슷한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다음 유세 장소인 용인으로 이동하자 발언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윤 후보는 정권 심판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을) 그냥 놔두면 이 당이 아주 암에 걸려서 헤어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민주당과 전교조가) 좌파 이념에 빠진 나라를 만들어 계속 집권하겠다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윤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서도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들어 “(이 후보가) 도시 개발 한다고 해놓고 3억5000만 원 넣은 사람이 8500억 원을 받아가게 한 것은 대한민국을 떠나 지구상에서 본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후보는) 5000억 원을 환수했다고 하는데 도시 개발 기반 시설 만든 것을 환수했다고 얘기하느냐”며 “이런 사람이 인구 100만 성남시도 이렇게 운영했는데 5000만 대한민국을 운영하면 나라 꼬라지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가 정부·여당을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낼 때마다 유세 차량 주변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전과 4범 이재명’, ‘문재앙’ 등을 외치며 화답했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얼굴이 그려진 풍선을 들고 흔드는 지자자들도 있었다. 경기 성남시 야탑역 1번 광장에 모인 지지자 500여 명이 유세를 마친 윤 후보를 향해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외치자, 윤 후보는 상기된 표정으로 특유의 ‘어퍼컷’ 세레모니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경기 안성·용인·성남, 서울 송파·서초·종로 등 6곳에서 유세를 펼친 윤 후보의 연설은 표현 수위의 차이만 조금씩 다를 뿐 형식은 대동소이했다. 부동산·안보·코로나19 방역 등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고 정권 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식이다.
윤 후보는 집값 폭등과 관련해 정부·여당이 일부러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는 “집값을 올려서 운이 좋아 집을 갖게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고, 집이 없는 사람은 민주당을 찍게 하려고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고의와 악의가 선거 전략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이런 식의 방책이 나올 수 있는 건가”(용인 유세)라고 말했다. 송파구를 찾아선 “20억 아파트에 산다고 갑부가 아니다. 집 한 칸 사는 사람이 집값 오른다고 부자 되냐”며 “세금으로 다 뺏긴다”고도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신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에 민주당이 반발한 것을 두고 “전쟁 상황과 다름없는 상태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확실할 때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사드 배치를 이야기했더니, 나보고 전쟁광이라고 막 풍악을 울립디다”라고 비꼬았다. 그는 “김정은 심기 안 건드리고, 경호 잘하고 굴종 외교 하면 한반도의 평화가 지켜지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지자들은 곳곳에서 ‘빨갱이들’이라고 외쳤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도 “2년 전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 대한의학협회 전문가들이 정부에 여섯 차례나 구정 연휴에 중국인 입국을 막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라며 “이 정부는 늘 북한과 중국에 굴종하지 않나. (북한과 중국이) 무서워서 그거(입국) 안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