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후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는 스포티파이에서 제 모든 음원을 내리겠습니다. 스포티파이는 조 로건과 닐 영 중에 한 사람만 가질 수 있습니다. 둘 다는 안 됩니다. ”
지난 달 24일(현지 시간)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록 음악의 대표 아이콘으로 불리는 유명 가수 닐 영으로부터 양자 택일을 요구하는 최후 통첩을 받았습니다. 이어 또 다른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도 닐 영과 행보를 함께 합니다.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가 왜 허위 정보의 온상이라는 공격을 받게된 걸까요. 아티스트들이 이탈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허위 정보 근원지로 언급한 것은 수천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소셜미디어 상 스포티파이 삭제 운동(#DeleteSpotify)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안티 스포티파이 흐름은 스포티파이의 독점 팟캐스트인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The Joe Rogan Experience)' 때문인데요. 전 코미디언이자 UFC 해설위원인 조 로건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팟캐스트 하나가 스포티파이의 본업인 음원 플랫폼에서 유명 스타들을 떠나가게 하는 상황입니다. 조 로건이 그간 팟캐스트에 소수 인종,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들을 지속해 왔고 이에 더해 최근에는 젊은 이들의 경우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는 자신만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겁니다. 스포티파이에서 팟캐스트를 운영하기 시작한 해리 왕자(서식스 공작)와 매건 마클 서식스 공작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도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스포티파이는 문제적 발언이 포함된 에피소드 수십 개를 삭제하고 1억 달러 가량을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티스트들을 위해 쓰겠다고 발표합니다.
유명 크리에이터 조 로건 영입> 콘텐츠 스튜디오 인수
사실 조 로건은 스포티파이가 엄청난 노력 끝에 영입한 인물입니다. 1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지난 해 조 로건을 영입하며 2억 달러(약 2400억원)가 넘는 계약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1억 달러 안팎으로 예상됐던 것보다 배 이상 큰 금액이라는 거죠. NYT는 “이 정도 계약금은 거품이 많기로 유명한 팟캐스트 시장에서도 이례적”이라며 “조 로건의 팟캐스트를 영입하는 데 각각 2억 달러 미만에 인수한 오디오 콘텐츠 스튜디오 김렛 미디어, 링거보다 큰 금액을 썼다”고 전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조 로건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계약금 규모 때문만은 아닙니다. 조 로건은 스포티파이가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차별화를 도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입을 추진한 인물입니다. 스포티파이는 음원 플랫폼만으로는 수익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계속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 들어온 게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같은 오디오 콘텐츠 오리지널입니다. 실제로 음원의 경우 스트리밍 건당 플랫폼에 돌아가는 건 3분의 1수준이고 나머지는 가수·작곡가·음원 제작사 등에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점 계약한 오리지널 팟캐스트의 경우 계약금을 제외하면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플랫폼에 돌아오는 수익원이 높아집니다. 화제성과 구독자 충성도에 있어 조 로건의 팟캐스트는 스포티파이가 생각한 팟캐스트에 맞춤이었습니다. 당시 영입 전에도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출연해 마리화나를 피우는 등 다양한 화제의 인물을 출연시킨 뒤 화제성을 잘 끌어낸다는 것이 작용한다는 데서 기회를 본 거죠. 실제로 지난 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스포티파이는 오리지널 팟캐스트 시리즈가 회사가 오랫동안 추구했던 광고 비즈니스 수익성 향상의 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전체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에는 9.5% 수준이었으나 지난 해에는 12.5%로 3%포인트 가량 늘기도 했습니다.
통제 안 된다 VS 통제 안 한다
스포티파이 직원들 사이에서 늘 거침 없이 발언하는 조 로건의 팟캐스트는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 같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로건은 스포티파이로 영입될 때도 자신의 구독자들에게 “스포티파이 직원이 될 것이 아니라 나는 내 쇼를 한다”며 정체성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죠. 로건도 쉽게 통제될 인물은 아니겠지만 이를 쉽사리 통제하지 않는 데는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창업자의 신념도 한 몫 한다고 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스웨덴에서 자라난 에크 창업자는 검열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에도 “우리는 크리에이터가 그들의 팟캐스트에서 발언할 것을 검열할 권한이 없다”며 “그걸 하기 시작한다면 모든 종교, 정치, 건강, 환경, 교육 등 모든 주제를 없애야 할 정도”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창업자의 이 같은 신념에도 빅테크 플랫폼은 콘텐츠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허위 정보 등에 대해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포티파이의 밸런스게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