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운동 3일 차인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부동산을 두고 수도권에서 격돌했다. 이 후보는 등 돌린 ‘부동산 민심’을 돌려세우기 위해 “재개발·재건축을 합리적으로 풀겠다”고 했고 윤 후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이라며 집중 공세를 폈다.
이 후보는 주거 단지가 밀집한 서울 노원 유세에서 “집값이 갑자기 올라 세금이 오르니까 솔직히 화나시죠. 저도 화나던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관련 세금을 인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재수가 없어 내는 게 아니라 집값이 폭등해 예상치 못한 세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국민이 고통을 받기 때문에 조정해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기 끌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게 원리”라며 “과도하게 오른 재산세·종부세를 차츰 조정하겠다.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강남에 이어 서울 강북 지역을 훑으며 850만 표심을 품은 서울 부동산 민심을 향해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수도권 남부에서 유세를 시작한 윤 후보는 안성에서 “민주당 공약은 믿지 말라”며 “국민 호주머니에서 빼낸 돈으로 선거 때 생색내고 지금까지 제대로 지켜진 거 봤냐”고 이 후보의 공약을 비판했다. 윤 후보는 또 “부동산 정책을 보라. 도대체 28번을 한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이 사람들이 머리가 나빠서 그랬다고 보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고의와 악의가 선거 전략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런 식의 방책이 나올 수 있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경기도를 거쳐 서울 송파·서초구에서 집중 유세를 이어간 윤 후보는 유승민 전 의원과 만나 ‘원팀’ 행보도 강화했다.
공식 선거운동 3일 차인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해 ‘주술’ ‘오만’ ‘무능’을 띄워 집중 공격했다. 이 후보는 “뭘 알아야 면장도 하고, 뭘 알아야 국정을 할 것 아니냐”면서 “국정이 장난이냐”며 윤 후보와 대비된 자신의 국정 운영 능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날 노원구를 시작으로 유세를 이어간 이 후보는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이재명은 주술사가 아니라 국민께 길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술에 국정이 휘둘리면 되겠느냐”며 윤 후보를 둘러싼 ‘무속’ 논란을 부각시켰다. 이어 “촛불광장에서 우리 시민들이 든 가냘픈 촛불로 쫓겨난 정치 세력이 있다. 단 5년 만에 그들이 다시 복귀하고 있다”고 했다. 윤 후보와 함께 국민의힘 전체를 몰아세우며 “구태, 비정상과 비민주성을 극복하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3월 9일 변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5200만 명의 생명이 걸려 있고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는 국정이 장난이냐”며 “주술사가 가라는 길이 아니라 국민이 가라는 길을 가겠다.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력처럼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촛불 시위가 시작된 청계광장에 다시 섰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2016년 10월 29일 촛불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첫 집회에 이 자리에서 섰다”며 “박근혜 정부가 무당과 주술사 비슷한 사람에게 현혹돼 국정을 농단하고 민주공화국 기본 원리를 무시할 때 이 자리에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지 않았느냐”며 “약속한다. 진영에 갇힌 개혁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에 둔 민생 실용 개혁을 확실히 완수하겠다”고 역설했다.
연설 도중 이 후보는 “자꾸 누구처럼 마스크를 벗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된다”라고도 했다. 이어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도 있고 내 작은 불편을 못 견뎌 작은 규칙을 어기는 사람은 큰 이익이 보장된다면 큰 규칙을 지키기 어렵다”며 마스크를 벗고 연설한 윤 후보를 지적했다. 그는 “정치 보복을 대놓고 후보가 말하는 그런 상황을 겪어 보셨냐”며 최근 윤 후보의 발언과 행동을 ‘오만’한 실책으로 몰아세웠다. 지원 유세에 나선 의원들도 가세했다. 기동민 의원은 “주술, 미신, 사이비, 신천지 세력과 결탁한 윤 후보를 심판하자”고 했고 고용진 의원은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도 모르고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못 만들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공약 이행률 95% 이상의 성과를 강조하며 자신의 유능함도 내세웠다. 이 후보는 “말은 쉽게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누가 약속을 지킬 사람인지, 유능한 사람인지는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성동구로 자리를 옮겨 유세를 이어간 이 후보는 “신용 대사면을 통해 코로나19 때문에 빚진 부분을 국가가 인수하겠다”고 신용 대사면 정책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탓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빚에 허덕이고 있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며 “정부가 민간의 채무를 부담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한국형PPP(급여보호프로그램) 제도 도입을 재차 약속했다. 이를 통해 중소상공인들의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앞서 노원 유세에서도 이 후보는 “국민은 죽든지 말든지, 기업을 유치하든지 말든지 관심 없이 오로지 상대방을 헐뜯는 사람,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 능력 없는 사람이 이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선제 타격하겠다고 위협해 갈등을 고조시키고, 위기를 조장해 표를 얻겠다는 신형 북풍, 신종 총풍만 막아도 주가지수 5000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윤 후보를 비판하며 경제 문제에 집중해 ‘경제 대통령’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주가 5000이 뭐가 어렵겠나. 주가조작만 안 하더라도 코스피 5000을 달성해 G5 국가로 거듭날 것”이라며 주가조작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보수는 유능하지만 부패했고, 진보는 깨끗해도 능력이 없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한 후보가 누구인지 국민이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대선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 유세에 나서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강한 발톱을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이 강한 수도권은 유권자만(20대 총선 기준) 2203만 명으로 전체(4399만 명)의 절반을 넘는다.
이날 오전 10시 첫 유세지인 안성 중앙시장 앞 서인사거리에 마련된 5톤 유세차에 오른 윤 후보는 마이크를 잡고 시민 수백 명에게 “정치 보복을 누가 제일 잘했습니까”라고 외쳤다. 현장에서 “문재인(대통령)”이라고 답이 오자 “옛날에도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이 뒤집어씌우는 건 세계 최고였다”고 강조했다.
집권 세력인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독재자와 권위주의·전체주의를 상징하는 집단으로 몰아세우고는 “자신의 죄를 남에게 뒤집어씌우고 짓지 않은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것은 파시스트와 비슷한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이쪽이든 저쪽이든 진영에 관계없이 국민을 약탈한 행위는 벌을 받아야 한다”며 “그걸 정치 보복이라고 국민을 속이느냐”고 반문했다.
윤 후보의 발언은 성남시 유세에서 한층 거칠어졌다. 그는 ‘부패 없는 성남! 공정한 대한민국’을 내걸고 유세에 나섰다. 성남시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대장동 특혜 개발 사건의 진원지다. 윤 후보는 분당구 야탑역 1번 출구 앞 유세차에 올라 “(이 후보가) 도시 개발 한다고 해놓고 3억 5000만 원 넣은 사람이 8500억 원을 받아가게 한 것은 대한민국을 떠나 지구상에서 본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후보는) 5000억 원을 환수했다고 하는데 도시 개발 기반 시설 만든 것을 환수했다고 얘기하느냐”며 “이런 사람이 인구 100만 성남시를 이렇게 운영했는데 5000만 대한민국을 운영하면 나라 꼬라지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힐난했다.
윤 후보는 성남에서도 정부와 여당을 ‘부패 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는 “제가 26년간 보수·진보, 니 편, 내 편 할 것 없이 부정부패만 감시해온 사람”이라며 “(정부 여당이) 겉으로는 민주화, 민주화라고 하지만 다 위선이고 국민 기만이다. 제가 누구 못지않게 이 실체를 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이익을 위해 불법적인 기득권의 이 행태를 타파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경기 안성과 용인·성남, 서울 할 것 없이 유세에 나설 때마다 부동산 정책으로 현 정부를 난타했다. 수도권은 현 정부 들어 뛴 미친 집값으로 전세 난민과 소위 ‘벼락 거지’의 피해가 가장 집중된 지역이다. 윤 후보는 용인 유세에서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을 보라. 도대체 28번을 한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집값을 올려서 운이 좋아 집을 갖게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고 집이 없는 사람은 민주당을 찍게 하려고 만들어놓은 것이지, 상식에 맞춰서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건국 이후 70~80년 동안 당대에 집값이 이렇게 뛰는 것을 봤나”라며 “이게 고의와 악의가 선거 전략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이런 식의 방책이 나올 수 있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서울 송파구를 찾아서는 “20억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해서 갑부가 아니다”라며 “여기 집 한 칸 갖고 사는 사람들, 집값 올라간다고 부자가 된 것인가. 세금으로 다 뺏기지 않나”라고 말했다.
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판교가 위치한 성남시 유세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성장 정책인 ‘한국형 뉴딜’을 맹폭했다. 윤 후보는 “미국의 19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산업에 정부가 재정투자해서 경기 부흥한다는데 그 이권, 자기들과 한편인 사람에게 돈 벌게 이권 나눠주는 게 이 사람들의 경기 부흥”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후보를 겨냥해 “민주당 후보의 경제 비전이라고 하는 걸 보니까 세금을 왕창 뜯어내서 수백조 원 붓고, 무슨 뉴딜이니 해서 정부가 직접 산업에 투자해서 경기 부흥시킨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경선에서 각을 세웠던 유승민 전 의원과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에서 회동했다. 유 전 의원은 “정권 교체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직책 없이 돕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로써 윤 후보는 당내 ‘원팀’을 완성했다. 윤 후보가 결집한 보수 진영을 발판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향해 야권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