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래의 ‘기사 원문’ 버튼을 눌러 이동하면 본문 내 링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플라스틱의 산을 본 건, 서울 도봉구 재활용 선별장이 처음이었어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들. 우리가 무심하게 한 번 쓰고 버린 페트병, 배달용기, 포장재가 무서운 속도로 쌓인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좀 충격적이더라고요. 영상을 따로 준비한 이유예요.
용사님들, 그래도 좌절할 필요는 없어요. 저번 레터에서 홍수열 소장님이 말씀하신 물질재활용 기억하시죠? 그렇게 열심히 재활용하면 돼요. 그리고 배달용기 빨간 양념자국 없애느라 너무 고생하지 마시고, 최대한 찌그러뜨려서(=부피를 줄여서, 중요!!) 배출하면 된대요. 자세한 이야기 풀어볼게요.
도봉구 선별장의 특징은 '최첨단'이에요. 원하는 소재나 색깔의 플라스틱만 따로 골라내는 AI 로봇인 '광학자동선별기'를 포함해 처음부터 끝까지 선별 시스템이 구성돼 있거든요. 이런 솔루션을 만들어 적용하는 데 특화된 기업, ACI의 작품이에요. (어떤 회사인지 기사 읽어보기)
선별장에서 어떤 과정이 진행되는지 알려드릴게요. 도봉구 주민들이 분리배출한 플라스틱이 이 곳으로 오면, 우선 파봉정량공급기란 기계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담긴 비닐을 찢어요. 그리고 플라스틱이 아닌 물건들을 1차로 골라내요.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함에 가전제품 케이블, 옷 같은 것들을 버리는 무심한 사람들 때문에 필요한 과정이에요.
그리고 '비중 발리스틱' 장비는 바람을 불어요. 종이나 비닐처럼 가벼운 쓰레기는 날아가고, 무게가 더 나가는 플라스틱만 떨어져내리는 거예요.
얼추 플라스틱만 모이면 AI 광학선별기가 명령받은대로 쓰레기를 골라내요. 플라스틱 소재의 정체까지 근적외선 가시광선으로 인식해서 50여가지 재질을 분류할 수 있대요. AI 학습을 거쳐서 속도도, 정확도도 점점 개선될 거래요.
그런 다음엔 소재별로 압축해요. 이렇게 커다란 덩이(위 사진)로 압축된 플라스틱들은 분쇄 후 재활용의 길을 가게 돼요.
선별장에서 김현수 ACI 대표님이 들려주신 희망적인 이야기 하나. 요즘 기업들이 ESG 강화하느라 업사이클링 원료를 엄청 찾고 있대요. 예를 들어 앞으로 만드는 플라스틱 제품에는 재생원료를 30% 섞는 식이에요. 이런 선별장에서 모은 플라스틱들을 가져가려고 혈안이 돼 있다는 소식. 그러니까 우리가 잘 모아 버릴수록 재활용도 잘 될 거예요.
그럼 어떻게 잘 버려야 하나구요? 김현수 대표님이 부탁하신 건 '최대한 부피 줄여주기'예요. 도봉구 선별장이 하루 처리하는 규모는 50만톤 정도인데 선별장으로 운반돼 오는 플라스틱들의 부피는 1000만톤만한 덩치래요. 잘 찌그러뜨려서 분리배출하면 더 적은 차량으로 실어와서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을텐데 말예요. 김 대표님은 "이 곳은 공간과의 싸움"이라면서 "밟아서 찌그러뜨리고, 배달용기처럼 큰 것들은 잘라서 배출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최최종 팁도 주셨는데요. 가장 놀라웠던 건 배달용기에 밴 양념자국까지 박박 닦을 필요가 없다는 거였어요. 우리 그거 닦는다고 햇빛에 말리기, 베이킹소다 풀어두기 같은 팁들 엄청 공유했잖아요. 그런데 건더기만 없앨 정도로 헹궈서 버리면 된다는 거예요. 어차피 기계가 워싱액으로 세척하니까 괜찮다고요.
포장용기(PP) 위에 붙은 비닐 필름(PE)도 완벽히 뗄 필요가 없대요. 잘 안 떼져서 빡쳐본 기억 다들 있으시죠? 최대한 떼면 좋지만 좀 붙어있어도 재활용에는 큰 지장이 없대요. 홍수열 박사님의 짧은 설명(환경연합 유튜브)을 꼭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문제의 투명 페트병. 내용물이 안 남게 헹구고, 라벨을 떼고, 뚜껑을 연 상태로 밟아 찌그러뜨린 다음, 다시 뚜껑을 닫아 분리배출하는 게 정답인데요. 여전히 뚜껑을 따로 버려야 되는 걸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지만 답은 '뚜껑을 잘 닫아서 같이 버린다'예요. 따로 버리면 뚜껑처럼 작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려워요. 하지만 같이 버리면 재활용 과정에서 뚜껑만 따로 떠오르기 때문에 싹 모아다 재활용할 수 있게 된대요.
그리고 잘 떼어지지 않는 페트병 라벨 때문에 빡쳐본 기억도 있으실텐데요. 사실 재활용 공정 중에 라벨들을 떼어주는 '디라벨러'라는 장비가 있어요. 그럼 라벨을 굳이 안 떼도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또 그렇지는 않다는 홍수열 소장님의 말씀. "선별장에서 압축한 상태로 보내니까 남은 라벨을 100% 뜯어내진 못해요. 그러니까 분리배출할 때 라벨을 최대한 떼는 게 맞아요."
글로 쓰니까 좀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간단한 실천법들이에요. 그리고 기분도 좋아지고요. 홍 소장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건 이거예요.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하자. 하지만 "분리배출 결벽주의에 빠지지는 말고 소비자들이 최소한의 역할만 해도 재활용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생산자들에게 책임을 묻자."
플라스틱 포장 최소화, 더 잘 떼어지는 라벨과 패킹 필름 개발 같은 일들을 생산자(=기업)에게 계속 요구해야 한다는 거죠. 너무 맞말이라 물개박수가 절로 나와요.
아직 더 궁금한 게 있다면 지구용 레터 맨 아래 '들려줘요 지구용'에 남겨주세요. 헷갈릴 땐 도와줘요 쓰레기박사 채널이나 분리배출 종결자 시리즈를 틈틈이 복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