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처럼 88년부터 코카콜라에 투자했다면[코주부]

거액 오래 묻어두는 방식, 개미들에겐 어려운 전략
가치주 스타일 MOAT ETF·가치펀드 명가 ETF 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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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전 세계 10대 부자들의 재산이 200조원이나 줄었습니다. 1월의 기술주 급락 때문이죠.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등의 보유 주식 가치가 확 줄었는데(관련기사 읽기)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만은 오히려 재산이 늘었습니다. 저평가된 우량주인 ‘가치주’에 장기 투자하는 그의 방식이 또다시 빛을 발했다는 평가입니다.


5개 종목에 자산 75% 몰아주기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를 구경해 볼까요.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은 애플로 지분가치가 1580억 달러(약 192조원)에 달합니다. 이밖에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 카드회사인 아메리카 익스프레스(아멕스), 식품회사인 코카콜라와 크래프트 하인즈까지 상위 5개 종목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7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3500억 달러(약 419조원)의 자산 중 75%가 5개 종목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 좀 놀랍긴 하죠.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하는 종목은 총 45개 안팎인데, 분산투자에는 큰 흥미가 없어 보입니다. 대신 한 번 매수하면 오래 가지고 갑니다. 버핏이 1988년부터 코카콜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종목의 특징은 뭘까요? 바로 ‘경제적 해자’입니다.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곽 둘레에 파놓은 연못을 뜻합니다. 구조적인 진입장벽이라는 의미죠. 이런 진입장벽을 가진 기업을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이라고 합니다. 명확한 경쟁우위를 갖고 있어서 경기 또는 업황이 나빠지더라도 침공을 받지 않고 살아남는(=이윤을 내고 성장하는) 기업들인 거죠. 이 용어는 버핏이 1999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1988년부터 코카콜라에 투자했다면

그럼 그의 투자전략을 따라 하면 되는 걸까요? 팀 코주부는 좀 회의적입니다. 버핏이 사랑하는 코카콜라부터 보겠습니다. 그가 코카콜라를 매수했던 1988년 주당 가격은 2달러대였습니다. 10년 후인 1998년에는 40달러를 넘어섰고요. 그러나 이후로는 오랫동안 하락세가 이어지는 바람에 2013년에야 다시 40달러대를 회복했습니다. 2020년 2월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타격으로 38달러대까지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그후 오르락내리락하긴 해도 결과적으로는 60달러대까지 오릅니다.



코카콜라 주가 추이.

독자님이 이 기간 동안 코카콜라 주식을 들고 있었다고 상상해볼까요?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쭉 떨어졌다가 원금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독자님은 얼마나 될까요? 간신히 원금을 회복한 다음, 앞으로 오를 것이란 믿음을 갖고 계속 보유할 독자님은 또 얼마나 계실까요? 그리고 팬데믹으로 모든 주식이 뚝뚝 떨어질 때 바닥을 확신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심지어 코카콜라에 한두 푼도 아니고 억 단위로 투자했다면? 저라면 불안해서 잠도 못 잤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다 보면 버핏 따라하기가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고객 1인당 최소 수억 단위를 관리하는 PB들이 공통적으로 해주시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부자들은 오를 때까지 묻어둬요”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 자산과 시간 덕분에 결국 돈을 벌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버핏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조 단위의 재산을 가졌고 수억, 수십억 정도 잃는다 한들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타격은 못 됩니다. 반면 에디터들의 경우 없어도 되는 돈의 액수가 참 작습니다. 큰맘 먹고 큰 돈을 주식에 묻어놨다가 반토막이 난다면 견디기 어려울 겁니다.


버핏 스타일 ETF로 가치주 투자하기

일반 투자자들이 버핏처럼 종목을 잘 고르고, 큰 돈을 투자하고, 오래 기다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유일하게 버핏을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오래 투자하기 정도일 겁니다. 또 좋은 주식을 고르는 것은 간접투자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10년~20년 후가 기대되는 선진국과 신흥국 대표지수 상장지수펀드(ETF)를 연금계좌로 투자하는 전략을 일정 부분 활용하길 추천 드립니다. 그리고 미국 ETF 중에는 모닝스타가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을 뽑아낼 수 있는 지수를 만들어 상장한 ETF가 있습니다. 바로 VanEck Vectors Morningstar Wide Moat ETF(MOAT)죠. Moat가 ‘해자’라는 뜻입니다.



그래픽=정유민 디자이너

이 ETF는 2012년 4월 설정돼 누적 수익률 15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웰스파고·록히드마틴·필립모리스·캠벨수프·코카콜라 같은 전통적인 가치주뿐만 아니라 아마존, 알파벳 같은 성장주도 편입돼 있습니다. MOAT는 가치주·성장주를 구분 지어 종목을 정하기보단 ‘경제적 해자를 가졌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버핏은 “잘 모르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며 애플이나 아마존을 제외한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건, 버크셔해서웨이 주식도 MOAT ETF에 포함돼 있습니다.



성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해자’.

그리고 누적 수익률 수백%를 자랑했던 가치주 펀드들이 슬슬 ETF로 바뀌어 등장하고 있습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ETF 2종을 출시했고 신영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ETF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TF로 가치투자를 한다면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아무리 우량주라 해도 10년, 20년씩 몇 가지 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은 개미투자자들에겐 리스크가 높을 수 있습니다. 버핏을 따라하되 더 많은 종목을 담는 ETF로 간접 투자하길 권하는 이유입니다. 나만의 경제적 해자 만들기, 독자님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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