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벨라루스 연합훈련 전격 연장…바이든 "푸틴, 언제든 공격 가능"

■'우크라 국경' 러 병력 전투대형
친러 반군, 우크라군에 포탄 세례
벨라루스에 3만 주둔…포위망 유지
美 "러시아 공격 충분한 근거 있다"
23일 미·러 장관회의 앞두고 대치
독일 루프트한자 우크라 노선 중단
서방 자국민 대피속 경제제재 경고

19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이 쿠라 훈련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최대 19만 명의 러시아 병력이 ‘전투대형’을 갖추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침공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전격 소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루트로 꼽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친러시아 반군들과 우크라이나군 간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일 종료 예정이던 벨라루스와의 합동훈련 기간을 돌연 연장한 것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에 힘을 싣고 있다. 합동훈련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최단 거리가 90㎞에 불과하다.



美, 러의 우크라 침공 확신할 정보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NSC 소집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미국 정보 당국의 판단을 근거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정사실화하며 “수도 키예프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을 방문 중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역시 러시아의 침공 징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러시아가 전투 병력뿐 아니라 물류·의료 지원, 전투 항공기 등 다양한 군사 자원을 집결하며 ‘공격 옵션’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병력이 공격할 수 있는 알맞은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에서 현시점을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푸틴은 이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한 대규모 전략핵무기 훈련을 참관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0일 시작해 20일 종료 예정으로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서 진행해 온 양국 간 합동훈련 기간을 연장한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훈련 종료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포위망 ‘북부’에 해당하는 벨라루스에 3만 러시아 병력을 계속 주둔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에 따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철군’ 의사를 철회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친러 세력과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는 점을 주둔 연장의 구실로 삼았다.




친(親) 러시아 반군이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19일(현지시간) 버스에 올라 피란길에 나선 딸과 차창 밖 아버지가 서로 손을 흔들며 이별하고 있다. 친러 반군 조직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은 정부군 공격설을 퍼뜨리며 대피령을 내려 이 지역 6600여 명의 주민이 러시아 로스토프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러, 침공구실 만드나…돈바스에 포탄 쏟아져


실제 우크라이나 국경과 동부 돈바스 지역은 전면전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마이클 카펜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미국 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19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말까지 10만 명 수준이었던 병력이 최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촬영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위성사진에서도 러시아의 지대공미사일이 즉각 발사 가능한 상태로 배치돼 있는 것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반군들이 발포 금지 명령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을 도발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돈바스 내 루간스크주에서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군 포격으로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도 즉각 이날 민간인 사망 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한 구실을 만들기 위해 돈바스 지역에서 무력 충돌을 유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프 지역에서 19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목총을 들고 방위군 전역자들로부터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키예프는 공황 상태…獨·佛 “자국민 떠나라”


러시아군의 최종 ‘목표’로 지목된 수도 키예프는 점점 공황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미 미국·영국 등이 자국민 철수 권고를 내린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도 이날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를 즉시 떠날 것을 촉구했다. 독일 외무부는 “군사적 대치가 어느 때나 가능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이날 키예프 주재 직원을 철수시키며 “직원들을 우크라이나 르비브와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가 우크라이나 키예프와 오데사를 오가는 항공편을 이달까지 일시 중단하는 등 우크라이나 하늘길도 점차 닫히고 있다.


서방 진영은 한목소리로 러시아를 질타하며 외교적 해법을 찾자고 호소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의 침공시 “전략적인 중요성을 지닌 개인과 회사를 제재할 것”이라며 “그들이 런던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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