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면서 대선 18일을 앞두고 다시 판세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도 실용을 내세운 안 후보의 지지율은 여론조사마다 5~10%를 기록하고 있다. 안 후보가 완전히 등을 돌리면 중도 표심 일부가 윤 후보에서 이탈할 우려도 있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이 끝난 지 한 시간여 만에 국민의힘의 이양수 수석대변인이 나서 “정권 교체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공식 논평을 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강하다.
하지만 안 후보가 이날 국민의힘을 향해 강한 불신을 표출하면서 단일화 없는 대선 완주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안 후보는 특히 이날 윤 후보의 침묵 속에서 터져 나온 국민의힘의 흑색선전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 뜻이라며 제1야당의 이런저런 사람들이 끼어들어 제 단일화 제안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왜곡시켰다”며 “심지어는 저희 당이 겪은 불행을 틈타 상중에 후보 사퇴설과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뜨리는 등 정치 모리배 짓을 서슴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안 후보의 이 발언은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대표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당원의 유지를 잇겠다는 안 후보를 조롱하는 발언을 하며 논란을 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 나와 “고인이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나”라며 “국민의당 유세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시나”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단일화 결렬의 화살을 윤 후보에게 돌렸다. 윤 후보는 지난 16일 사망 사고를 당한 국민의당 지역위원장 빈소에서 안 후보와 25분간 독대했다. 이어 이날도 안부차 전화를 걸어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안 후보는 돌연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어찌됐든 단일화 결렬의 최종 책임은 윤 후보에게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윤 후보에게 “제 제안을 받은 윤 후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대응에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날 “톱다운(후보 간 담판) 측면에서 실은 아직 열려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직접 안 후보를 만나 단일화 문제를 풀 가능성이 닫히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야권 후보가 단일화했을 때 정권 교체의 경쟁력이 훨씬 높은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국민의힘의 상황이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서울경제와 칸타코리아가 18~19일 전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로 단일화되면 지지율이 47.2%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34.9%)를 12.3%포인트 앞선다. 4자 대결(이 후보 32.2%·윤 후보 41.3%)로 치러지는 대선보다 단일화를 했을 때 정권 교체를 위한 승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샤이(숨겨진) 이재명 표심을 감안할 때 국민의힘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단일화의 문은 여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투표용지가 인쇄(28일)되기 전까지는 단일화를 할 시간이 있다고 본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