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울리고 분노케 한 ‘말말말’[베이징올림픽]

최민정 “한 번 넘어졌다고 준비한 것 없어지지 않아”
시프린 “우는 건 에너지 낭비” 김보름 “응원 받는 지금이 메달 딸 때보다 행복”
왕멍 “내 눈이 자(尺), 중국이 金” 발리예바 “할아버지랑 같은 컵 써서…”

김민석. 연합뉴스

올림픽은 몸의 제전이자 말(語)의 성찬이다. 선수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전 세계 팬들을 웃기고 울리며 때로는 분노하게 하기도 한다.


여자 500m 예선에서 미끄러져 탈락한 쇼트트랙 최민정(성남시청)은 3000m 계주에서 결선 진출을 이끈 뒤 이렇게 말했다. “한 번 넘어졌다고 제가 준비한 게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선수단 1호 메달의 주인공 김민석(성남시청)은 출전 종목 경기를 모두 마친 뒤 “제 나이 만 스물셋, 앞으로 서너 번의 올림픽에 더 나가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올림픽 2회 연속 동메달을 딴 그는 다음 올림픽에서 꼭 올림픽 챔피언이 될 것이라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스키 여왕’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은 100% 인공 눈으로 만들어진 옌칭 스키장에서 6개 종목 ‘노메달’로 마친 그는 “실망스러운 순간들이 정말 많았지만 실망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선 종목에서 실격 하거나 메달권에서 멀어졌을 때 “우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받아들이는 것 말고 방법이 없는 때도 있다”는 말도 남겼다.



김보름. 연합뉴스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왕따 주행’ 논란에 마녀사냥식 비난에 시달렸던 김보름(강원도청)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를 5위로 마친 뒤 “4년 간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내고 이겨내서 고맙다”고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띄웠다. ‘왕따 주행은 없었다’는 법원의 판결이 경기 며칠 전에 전해지는 일도 있었다. 평창 대회 이후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던 김보름은 “응원 받는 지금이 메달 땄을 때보다 더 행복한 것 같다”고도 했다.


베이징 어록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말도 있다. 중국의 쇼트트랙 해설자 왕멍은 비디오 판독이 진행될 때 “내 눈이 바로 ‘자(尺)’다. 중국이 금메달”이라고 소리쳤다. 미국 대표팀 출신이지만 이번 대회에 중국 대표팀으로 출전한 에일린 구(구아이링)는 정확한 국적을 묻는 질문에 “미국에 있을 때는 미국인, 중국에 있을 때는 중국인”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반복했다.


러시아 피겨의 카밀라 발리예바는 도핑 관련 청문회에서 “(심장약을 먹는) 할아버지와 같은 컵을 쓰는 바람에”라고 항변했지만 그의 소변에서는 단순 오염으로 판명되는 수치보다 200배나 높은 농도의 금지 약물이 검출됐다.



왕멍.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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