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에코플랜트, 싱가포르 TES 1.2조원에 인수

지분 100% 인수…車배터리 재활용 시장 진출
중국·프랑스·독일·영국·미국 등 처리 시설 포함
CATL등 고객 보유…SK온과 전략적 협력도 가능

지난해 7월부터 가동한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에 있는 TES의 전기차용 배터리 재활용 처리 시설/사진제공=TES


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SK(034730)에코플랜트가 싱가포르의 정보통신(IT) 부문 환경기업 TES를 1조 2000억원에 인수한다. SK에코플랜트는 TES 인수를 통해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사업에 본격 뛰어든다. 회사측은 향후 세계적으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글로벌 고객과 기술력을 확보한 TES에 베팅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어 TES 지분 100% 인수안을 의결하고, TES의 최대 주주인 싱가포르 사모펀드(PEF)운용사 나비스캐피탈(NAVIS capital)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자문은 SK에코플랜트의 첫 환경 관련 거래인 EMC 인수를 도운 BDA파트너스가 맡았다. 인수 자문은 1년 여 전부터 전담팀을 꾸려 대응한 PwC삼일회계법인이 담당했다. SK에코플랜트의 첫 대형 해외 M&A로 국내외 환경 관련 기업 인수 중 최대 규모다. 나비스캐피탈은 동남아시아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인수해 매각해 온 사모펀드로 2013년 TES를 인수한 지 10년 만에 엑시트에 성공했다.



(오른쪽)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이 21일 싱가포르 풀러턴 호텔에서 테스 최대주주 나비스 캐피탈 파트너스(Navis Capital Partners)의 로드니 뮤즈(Rodney Muse) 매니징파트너와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TES는 현재 총 21개국에서 43개의 처리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싱가포르 등 5개국이 주요 핵심 시장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4억6500싱가포르달러(약 4140억원)를 기록했다.


TES는 전기차·스마트폰·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리튬 이온 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는 각종 전자 기기와 데이터 센터의 폐기 및 관련 데이터 파기 등의 비중이 컸다. 전자기기 및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고 있는 글로벌 대형 빅테크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다.


최근에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사업을 키우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TES는 지난 1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과 배터리 유지 보수 계약을 맺었고, 상하이에 배터리 재활용 시설 관리를 위임 받았다. 싱가포르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구축했다.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연구 개발도 시작했다.


TES는 배터리를 미세한 물질로 분해하면서 유해물질을 대기로 유입 시키지 않는 자체 기술을 갖고 있다. 공정을 통해 10kg의 폐배터리에서 9kg의 재료를 확보하고, 재료의 순도를 99%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재활용과 재사용을 위한 전체 공정의 데이터 관리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터리 재사용은 전기차 등에서 10년 이상 사용했으나 충전 기능이 남은 배터리를 회수해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다시 쓰는 방식이다. 원래 배터리 기능의 80%를 유지하며 최대 15년 더 쓸 수 있어 가장 경제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배터리 재활용은 너무 오래돼 충전 기능이 남지 않은 배터리를 분해해 니켈·망간·리튬을 뽑아내는 것이다. 자원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배터리에 필요한 원자재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성이 높은 대응책인 셈이다.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은 전기차 업체들에게 수명을 다한 배터리는 재활용하고, 배터리 재료의 일정 부분은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자료: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는 2019년 EMC를 1조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 폐기물 업체 인수에 집중하며 환경 사업을 확대해 왔지만 한계에 부딪쳤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에서 대기업들이 M&A 경쟁을 벌이자 폐기물 업체들의 몸값에 거품 논란이 일었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리스크도 높아진 때문이다.


실제 SK에코플랜트가 인수 하기로 한 클렌코는 무단 증설 및 근로자 사망 사건으로 영업 취소가 거론되는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인수가 지연되고 있다. 매물로 나온 EMK는 SK에코플랜트가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EMK 계열사인 신대한정유산업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매각 측도 신대한정유산업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 시켰고, 전체 매각 규모가 1조원에서 7000억원 밑으로 줄었다.


그러나 SK에코플랜트는 TES인수를 계기로 사용후 배터리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나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이 분야 진출을 적극 검토해왔다. SK그룹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096770)이 사용후 배터리를 ESS로 만들면 SK에코플랜트가 아파트 시공에 활용하는 시도를 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시장은 이제 막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면서 “SK에코플랜트가 전 세계 글로벌 회수 자원 공급망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는 현재 진행중인 SK에코플랜트의 상장전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K에코플랜트는 5000억 원 안팎의 투자금을 받기 위해 주요 사모펀드(PEF)운용사를 대상으로 투자의향서(LOI)를 받았다. 일부 운용사는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를 3조원으로 평가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3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상장 투자자들은 상장 시점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이번 투자 기간이 짧다면서 결정을 주저해 왔다. 그러나 이번 TES 인수로 SK에코플랜트의 사용후 배터리 시장 진출이 가시화해 투자 유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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