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3월 위기설이 덮치고 있다. 아직은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위기론자의 경고지만 미러·미중 갈등에 글로벌 긴축의 파고까지 겹치며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 징후는 재정과 무역수지·외환보유액 등 3대 버팀목이 흔들리며 국내 경제에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대선 주자들은 눈앞의 위기를 외면하고 표를 위해 ‘선거=돈풀기’ 공식을 만들고 있다. 우리 경제의 마지막 방파제인 건전재정 원칙까지 허물며 3월 위기설을 현실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 징후는 우리 경제의 중심축인 무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16억 7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무역수지는 두 달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만약 2월 남은 기간에 흑자 전환에 실패하면 지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석 달 연속 무역적자 기록을 쓰게 된다. 수출 강국인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배경이다. 코로나19 이후 고질병이 된 공급망 병목 현상에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위기까지 겹치면서 원자재 값이 폭등해 수입 대금을 부풀리고 있다. 실제로 이날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넉 달 만에 ℓ당 1800원을 다시 돌파했다. 여기다 환율 상승(원화 값 하락) 흐름까지 이어져 유류세 인하 등 정부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돼버렸다. 다가오는 미국의 긴축은 우리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몰고 있다. JP모건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앞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 때마다 9회 연속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의 예상대로라면 내년 3월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까지 치솟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부채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견뎌낼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나마 방파제였던 재정 수지 악화는 외국인투자가들의 근원적 불안감을 자극한다.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집권 이후 수십조 원 규모의 현금 지급 대책을 약속해 적자 규모가 100조 원을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재원 조달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자 국채를 더 찍어내야 하고 국채 발행량 확대는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를 모두 억누르게 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과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쌍둥이 적자가 우려되는 상태에서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재정 확대 전략을 펴 경제의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