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nsight] 도넘는 포스코 흔들기…"정치권 경영개입 멈춰야"

■서종갑 기자
포스코홀딩스 서울 이전 추진에
지역 정치인·대선후보까지 반대
지주사 직원 200명 포항 유출 없고
법인지방소득세도 포항에 납부
R&D 인력 확보 위해선 불가피


다음달 2일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출범을 앞두고 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포항시는 물론 유력 대선 주자까지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에 반대한다며 한마디씩 거들고 있다. 오는 24일에는 포항 시민 3만여명이 모여 ‘포스코 회장 퇴출 범시민 총궐기 대회’까지 연다고 한다.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을 둘러싼 논란은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의 앞길을 정치가 어떻게 가로막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정치권의 포스코 흔들기는 연일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지주사 전환 안건을 다루는 임시주총 때는 “포스코, 서울 이전 안된다”며 이강덕 포항시장이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파문은 일파만파 번져나갔다. 내달 대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외면할 수 없는 여야 대선 후보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포스코가 지주사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을 서울에 세우면 지역 인력 유출과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포스코홀딩스의 규모와 사업 내용을 보면 정치권과 지역 주민들의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 포스코홀딩스 직원은 모두 합해야 200여 명 규모다.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근무하던 전략 및 계열사 일부 인력이 지주사 소속으로 변경된다. 포항에서 유출되는 인력은 없다. 세수 감소도 없다. 철강사업 회사인 포스코 본사는 포항에 남아 지주사 설립 전과 동일하게 소속 지자체에 세금을 납부한다. 더욱이 법인지방소득세는 사업장 소재지와 면적에 비례해 부과되 포스코홀딩스가 서울에 주소를 둔다고 해서 포항시의 세수가 주는 일은 없다. 미래기술연구원을 포항에 두라는 것도 억지 주장이다. 서울에 연구원을 두는 건 우수한 연구개발(R&D) 인력 확보를 위한 고육책이다. 연구개발 인재 확보를 위해 대기업들은 연구개발센터를 대부분 수도권에 두고 있다. 판교 밑에 센터를 설립하면 연구개발 인재 확보가 어렵다고 해 판교가 마지노선이라는 의미의 ‘판교 벨트’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기업이라고 왜 땅값 저렴한 지방에 연구센터를 짓고 싶지 않겠는가.


포스코홀딩스 주소지의 서울 이전은 3년 전 현대중공업그룹의 한국조선해양 중간 지주 설립 때와도 닮아 있다. 당시 한국조선해양이 서울에 주소지를 둔다고 하자 울산시 등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그러나 3년 뒤, 우려하던 지방세 감소와 인력 유출은 없었다. 다시 울산으로 되돌리자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포스코홀딩스를 설립하고 주소지를 서울에 둔다는 정관은 출석 주주 기준 89.2%의 찬성으로 지난달 통과됐다. 정치권의 반대가 있다고 해서 변경될 수도 변경되어서도 안 되는 사안이다. 대선 후보들과 지역 정치인들은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을 반대하기 이전에 포스코가 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는지, 우수 인재들이 왜 지방 근무를 꺼리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정치인들이 기업경영에 대한 개입은 아무리 표를 위한 립서비스라 해도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를 막아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투자환경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기업인 의견이 무시되기 일쑤며 사업을 하려면 형사 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런 인식이 글로벌로 더 퍼져나가면 한국 기업은 세계 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때가 되면 정치권이 팔을 꺾을 기업조차 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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