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 탓하며 겁박 말고 정권의 위선과 폭주를 돌아보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일 경기 안양 유세에서 “언론에서 저는 맨날 욕만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후보는 양대 정당 후보에 대한 언론 보도와 관련해 “저는 요만한(작은) 게 이만하게(커다랗게) 나오고 상대방은 이만한 게 요만하게 나온다”고 비판했다. 지지율 정체가 계속 이어지자 언론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에 몇몇 지지자들은 유세차 앞에 앉은 취재진 10여 명의 머리를 풍선으로 치며 야유를 보냈다. 일부 지지자들은 발길질을 했다. 이 후보는 이전에도 “우리가 언론이 되자” “우리에게는 스마트폰이 있다” 등의 말을 하면서 지지자들을 선동하기도 했다.


이 후보 선대위 조직본부장을 맡은 이원욱 의원은 언론을 겁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인 이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서 “(종합편성채널은) 칼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모두 재승인 탈락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종편들이 여야 대선 후보의 배우자 논란을 편향적으로 다루고 있다면서 “국회 과방위원장으로서 엄중히 경고한다. (종편은) 대선 개입 그만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발족한 국민감시단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공영방송들은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의혹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데도 여당 소속 과방위원장이 종편의 존폐와 직결된 재승인 문제를 거론하면서 위협하는 것은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최근 S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특공대’를 진행한 이재익 PD가 여당의 항의로 돌연 하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여당에 유리한 편파 방송을 하는 TBS ‘뉴스공장’ 김어준 씨에게는 낯 뜨거울 정도로 관대하다. 지난해 민주당이 추진하다 중단한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였다.


현 정권은 자신들에 불리한 보도에는 ‘가짜 뉴스’ 프레임을 걸고 법적 조치 운운하며 압박했다. 이 후보는 언론 등 ‘남의 탓’을 하기에 앞서 현 정권의 국정 실패와 후보 자신과 부인의 온갖 의혹들을 되돌아보면서 ‘내 탓’을 먼저 해야 한다. 특히 무능과 폭주, 내로남불로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고 국론 분열을 증폭시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으면 박스권 지지율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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