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근무를 수용하지 않으면 인재 확보는 물론 디지털 혁신도 어렵습니다.”
스콧 릭비(사진) 어도비 아시아태평양·일본 최고기술고문은 22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조사 결과를 인용해 “글로벌 리더 중 아태지역은 40%만이 원격 근무를 영구 시행할 계획이라고 답해 글로벌(70%) 대비 큰 격차를 보였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서구 기업에 비해 아시아 지역 기업들의 근무 형태가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어도비가 올해 발간한 ‘2022 디지털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회사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와 관련해 아태지역 리더 49%가 ‘코로나 이전 형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릭비 고문은 “사람마다 사무실·재택 근무에 대한 선호가 다르다”면서 “모든 요구를 포용하는 유연한 근무 정책을 제시해야 유능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는 전통적인 기업 시스템은 업무 역량 저하로도 이어진다는 게 어도비의 지적이다. 릭비 고문은 “단순히 원격근무를 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가 아니다”라며 “유연하지 못한 조직 운영 탓에 정보기술(IT) 실무자와 현장 마케팅 직군 간 협업이 긴밀하지 못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안, 클라우드, 마케팅 프로그램 등 업무 도구가 일관되지 못한 모습 역시 아시아 기업들이 혁신에 뒤처지는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릭비 고문은 “채널이 흩어져 고객 경험 관리와 데이터 활용이 매끄럽지 못하고 그 결과 환경 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대응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 이후 기업과 고객 간 교류는 훨씬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바뀌었다”며 “여기서 인사이트(통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 근무 방식과 데이터 처리·관리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도비는 올해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규모에 따른 개인화’를 꼽았다. 온라인·오프라인에 상관 없이 고객들이 일관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릭비 고문은 개인화 성공 사례로 스포츠용품 판매 기업인 ‘딕스 스포팅 굿즈’를 소개했다. 딕스 스포팅 굿즈는 일찌감치 데이터 분석·활용 시스템에 투자해 고객이 쇼핑할 때 무엇을 원하는지 시시각각 파악하고 수요 변화에 따라 즉각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덕분에 2000만 명이 넘는 회원에 대해 개인화된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게 릭비 고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