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테마주가 활개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 테마주의 주가가 과거와 전철을 밟으며 소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선거일이 임박하면 가격이 급락하며 과열이 해소된 것이 지금껏 대선 테마주의 생애 주기였지만, 현재 공매도가 제한되면서 일시적인 주가 하락 강도가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높은 신용융자잔고 비율 등으로 지수 하락 국면 속에서 낙폭이 여느 때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자본시장연구원은 대선 테마주 83개 종목을 분석한 '20대 대통령 선거 정치테마주 현상에 대한 소고' 보고서를 발간했다. 83개 종목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테마주였으며, 기업의 본질가치와 관계 없이 후보 관련주로 엮이며 주가가 급등락한 종목들이다. 83개 종목이 대선 테마주로 분류된 이유는 ‘후보와 기업 경영진 사이의 공통지인(44%)’이 가장 빈번했고 경영진과 사적 인연(18%), 학연(16%) 등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21년 83개 대선 테마주의 상한가 빈도는 148회를 기록해 전년(2020년) 대비 54.2% 급증했다. 시장 변동성이 잦아들면서 지난해 일반 종목의 상한가 빈도가 전년 대비 38.4%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금껏 대선 테마주들은 선거일이 임박해 재료 소진으로 주가가 급락하며 시장에서 잊혀졌다. 18~19대 대선 당시 정치 테마주는 선거 13~24거래일 전부터 주가가 빠르게 하락했으며 올해 역시 선거일(3월 9일)에 임박해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자본연은 올해 공매도 제한이라는 변수로 테마주의 말로가 과거와 다른 궤적을 그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지수 구성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가 허용되는데 자본연이 들여다 본 83개 테마주는 모두 공매도 허용 종목이 아니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대 대선 테마주는 신용융자잔고와 공매도잔고가 동조해 움직이는 특징이 나타났다”며 “정치 테마주의 다수를 차지하는 코스닥 중소형주는 일반적으로 공매도 거래가 드문 편이지만, 19대 대선 국면 당시에는 대부부의 정치 테마주에 공매도 거래가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에 반해 20대 대선 정치 테마주는 높은 신용융자잔고 비율에도 공매도가 가능하지 않아 선거일 전후 가격 추이가 과거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공매도가 제한되며 급격한 가격 조정은 지체될 수 있지만 이후 낙폭은 더욱 가팔라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고평가 됐다고 판단한) 공매도 거래자들의 참여가 차단되면서 정치 테마주에 대한 비관론이 바로 해소되지 못하고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처럼 선거일 직전 주가 하락 현상은 완화될 수 있겠지만 자칫 주가 하락 국면에서 낙폭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할 개연성도 상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20대 대선 정치 테마주의 변화된 환경에 대해 투자자들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