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현장] 김혜수도 자신한 '소년심판', 소년범 향한 새로운 시각에 빠져든다(종합)

22일 오전 넷플릭스 ‘소년심판’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배우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과 홍종찬 감독, 김민석 작가가 참석했다. / 사진=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이 소년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소년들을 범죄로 내모는 사회와 그들에게 법의 심판을 내리는 판사들의 선택을 바라보며 다양한 생각을 갖게 한다. 나아가 우리의 현실을 바로 보고 진정한 어른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22일 오전 넷플릭스 ‘소년심판’ 제작발표회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배우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과 홍종찬 감독, 김민석 작가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시리즈 최초로 소년법정의 현실을 들여다본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각기 다른 입장과 신념을 가진 판사들의 이야기다. 재판이 끝나면 그 역할도 끝나버리는 형사, 민사 판사와 달리 소년들의 법정 밖 삶을 살피는 소년판사들의 재판 후의 이야기까지 아우른다.


작품은 신예 김민석 작가로부터 시작됐다. 김 작가는 검사, 변호사와 달리 미디어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판사들의 이야기에 궁금증을 가졌다가 소년부 판사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4년여의 시간 동안 실제 소년법정을 경험한 이들의 자문과 50~60명가량의 관계자들을 직접 취재하며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김 작가의 대본은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프’ 등 사회 이면을 다양하게 조명해 온 홍종찬 감독과 만나 드라마화될 수 있었다.


‘소년심판’에는 소년범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그려내기 위해 허구적 설정이 존재한다. 가정법원과 지방법원에 존재하며 소년보호사건이 원칙이던 기존의 소년부를 소년형사합의부라는 부서로 새롭게 각색했고, 실제로는 단독재판으로만 이뤄지지만 한 명의 부장판사와 두 명의 배석판사가 소년보호사건과 소년형사사건을 모두 담당한다고 설정했다. 김 작가는 이런 설정에 대해 “인물들이 각각의 사건들을 맡다 보면 관계가 모아지지 않아 고민하다가 자문을 맡아 준 판사님이 조언을 해주셨다. 다양한 케이스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기본적인 재미도 중요하겠지만 각색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실제로 이 현장에 근무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그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컸다”며 “이야기를 쓸 때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혹시라도 ‘피해자 입장에 몰입하거나 가해자 편에서 변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것들에 경계하면서 글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소년부라는 특성이 일반적으로 다른 형사나 민사처럼 재판이 끝나면 모두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처분 이후에도 범죄를 이후에 저지르는지, 그 외 환경에서 적응하는지 등 신경 쓰는 부분들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살아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부분을 꼭 살려야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혜수 / 사진=넷플릭스 제공

김 작가의 시나리오를 살아있는 인물로 그려낸 김혜수는 “청소년 범죄와 소년범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이런 방식으로 힘 있게 쓸 수 있다는 게 놀랍고 반가웠다. 시리즈의 재미를 넘어서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드라마적인 재미나 완성도는 물론이고 영상 매체가 가진 순기능을 내포한 작품이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참여했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유의미한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작품의 의미를 되새겼다.


홍 감독은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홍 감독은“뉴스나 매스컴에서만 보다가 이 작품을 만나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됐는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소년범만의 문제가 아니고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 근원적인 문제들이 있다”며 “우리 드라마가 답을 제시하는 건 아니지만 소년범 문제에 대한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년심판’ 다른 법정물과 독특한 차별점을 갖기에 더 생각할 지점들이 많다. 김 작가는 “범죄물이나 법정물로 분류될 수도 있는데 난 가족극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소년범들의 가정, 피해자의 가정, 그리고 소년 사건이 한번 터지면 얼마나 많은 파장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집중했다. 각 가정 속에서 벌어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다른 드라마와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했다.



김무열/ 사진=넷플릭스 제공

작품 속 판사들은 기존의 법정물에서 그려지는 일반적인 판사들의 역할을 뛰어넘는다. 자기 입장과 주관이 뚜렷한 판사들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을 보면, 옳고 그름을 쉽게 판단할 수 없고 각자의 시선에서 모두 수긍하게 된다. 차가운 분노로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심은석 판사를 필두로 심은석과는 달리 기회를 주는 건 판사밖에 없다고 말하는 차태주 판사, 현실적인 타협의 선을 찾고 법의 테두리 자체를 고민하는 강원중 판사, 소년범죄사건을 빨리 해치워야 할 숙제로 여기는 나근희 판사까지, 이들은 소년범을 향한 처분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한다.


베테랑 배우들은 인물들의 밀도 있는 긴장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힘썼다. 김혜수는 단호한 카리스마의 심은석 판사로 변신해 극의 중심을 잡았다. 그는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소년범에게 죄의 무게를 알려주기 위해 집요하게 책임을 묻는 심은석 판사의 단호한 신념을 무게감 있게 그려냈다. 그는 실제 소년재판을 참관하고 현역 판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캐릭터를 구축했다며 “내가 평소 가졌던 관심이 빙산의 일각이고, 그 관심마저도 얼마나 편협한 생각이었는지 깨달았다. 그저 분노, 안타까움 정도에 불과했고 판결에 대한 비판 정도의 감정적인 접근이었다”고 소년 범죄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심은석 판사와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차태주 판사 역은 김무열이 맡았다. 그는 충돌하는 관계 속에서 살아나는 인물들 간의 입체감을 생생하게 포착했다고. 그 역시 소년재판을 참관하며 캐릭터를 설정했다. 그는 “법정 안의 공기가 굉장히 무거웠다. 판사님이 들어오셔서 첫 말을 하기까지의 침묵이 무겁게 다가왔다”며 “아이들이 입구로 들어와 판결을 받고 보호시설로 가면 그때는 다른 문으로 나가게 되는데, 한 아이의 미래를 향한 갈림길처럼 보이기도 하더라. 판사님이 내리는 처분이 인간으로서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겁게 다가왔다”고 이야기했다.



이성민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성민은 22년간 소년법정을 지킨 베테랑 부장판사 강원중으로 분했다. 강원중은 오랜 세월 재판장에 선 경험을 토대로 한 현실주의형 판사로 마음속에 품고 있던 야망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소년범을 다룬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는 그는 “그때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형사의 입장의 영화였는데, 그 기억으로는 ‘이 문제가 단순한 문제가 아니구나. 누구의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는 그런 문제구나’하고 영화를 찍으면서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소념심판’에서는 범죄 유무를 판단하는 판사 역할이어서 신선했다”고 새로운 시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법정을 운용하는 나근희 부장판사를 연기했다. 그는 극중 김혜수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나근희 부장판사 역은 원래 남자였으나, 이정은이 최적이라는 의견에 따라 여자 캐릭터로 변경됐다. 홍 감독은 “애초 작가님이 기획할 때 남자 캐릭터였는데 캐스팅을 생각했을 때 확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그런데 대본을 볼 때 이정은의 목소리가 옆에서 확 스쳐갔다”며 “개인적으로 일면식은 없었지만 작가님과 상의한 끝에 함께 작업할 수 있게 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김무열 역시 대본을 보면서 자연스레 이정은을 떠올렸다고. 그는 “내가 평소에 존경하고 팬으로서 지켜보는 배우인 이정은 선배님이 이 역할을 하면 찰떡이겠다고 생각했다. 스태프에게 ‘이 역할 이정은 선배님이 하면 좋지 않겠냐’고 물어봤더니 이미 캐스팅이 된 상태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이정은은 “내가 너무 귀엽게 생겨서 배역 제의가 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 운을 떼 모두를 폭소케 했다. 이어 “이전에 봉준호 감독님이 날 보고 공화당 당원처럼 생겼다며 완고해 보이는 부분을 이야기하셔서, 나중에 내가 ‘사’자 돌림 역할을 맡게 되면 완고한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며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이정은 / 사진=넷플릭스 제공

대립하는 연기가 주였지만 배우들의 호흡과 서로에 대한 신뢰감은 대단했다. 김혜수는 “대본을 받고 ‘과연 이 캐릭터들을 누가 맡게 될까’ 기대됐다. 캐스팅 완성되고 심장이 쿵쾅거렸을 정도”라며 “감독님이 생각하는 0순위의 배우들이 캐스팅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강력한 신념을 갖고 만드는 대립이나 조합, 함께할 네 배우들의 앙상블과 시너지에 대해 매번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촬영장에 갔다”며 만족해했다.


이성민은 “김혜수를 보고 놀라울 정도로 감탄스러웠다. 현장에서의 태도 마치 신인배우를 보는 듯 했다”며 “저런 태도의 배우의 모습은 내가 본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혜수는 “김무열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정말 작품 전체를 심도 있게 보는 꽤 특별한 배우”라며 “네 명의 판사들 중 세 명은 정말 강렬할 정도로 개성이 강한데, 차태주는 다른 결이다. 끊임없이 존재감을 가지면서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칭찬했다. 이성민은 “김무열은 장차 대한민국의 히스 레저가 될 배우”라고 덧붙이며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네 배우 이외에도 소년범을 연기한 배우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혜수는 “소년범 캐스팅이 누가 될지 정말 궁금했는데, 실제 캐스팅된 배우들을 만났을 때 인상의 면면이 너무 특별했고, 현장에서 그들의 연기를 봤을 때 충격적일 정도로 놀라웠다”며 “사건을 풀어가고 처분을 내리는 건 판사들의 역할이고, 이 사건마다 생명력을 부여하고 사건을 이끌어가는 사건의 스토리들은 소년범을 연기한 배우들이다. 이 배우들은 연기가 처음이거나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살아있는 인물들을 만들어줬다”고 치켜세웠다.


홍 감독은 촬영 직전까지 오디션을 거치며 소년범 역의 배우들을 발굴했다. 김혜수는 “감독님의 집요한 노력과 신중함이 있었기에 이런 인물 세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 감독은 “작품에 앞서 소년법정을 참관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짧은 몇 분 안에 재판이 벌어지는 동안 소년범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호자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상상하게 되는 것이었다”며 “여러 소년범들의 자세나 몸짓 하나, 말투, 옷 등의 개성이 너무나 달랐다. 30~40명 소년범이 등장하는데 연출로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연기 경험이 많이 있던 친구들보다는 처음 시도해 보는 친구들과 작업을 했는데 조금 더 자유로움, 날것 같은 개성들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작품은 10부작으로 제작됐다. 홍 감독은 “끝까지 봐야 우리가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나 깊은 울림이 시청자들에게 더 잘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며 완주할 것을 독려했다. 이에 김혜수는 “관심 갖고 시작만 해주신다면 우리가 의도했든 안 했든 쭉 함께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경험했던 재미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소년심판’은 오는 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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