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명부 폐지시키고 방역패스는 유지…자영업자 "QR인증 놓고 손님과 실랑이"

■비판 커지는 정부 방역정책
방역패스 폐지 착각한 손님에
접종 여부 요구하느라 진땀 빼
일부 업주 바뀐 정책 모르기도
"애매한 지침에 혼란만 가중"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한 식당에 손님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체크하라는 직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조윤진 기자

정부가 최근 다중이용시설의 출입명부 의무화 조치를 잠정 중단하되 방역패스는 유지하기로 하면서 현장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업주가 방역패스까지 폐지된 줄 알고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거나 지침을 적용하면서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역학조사가 동선 추적이 아닌 자기 기입 방식으로 이뤄지며 일각에서는 방역패스를 아예 적용하지 않는 시설들도 나타나고 있다. 방역패스의 당위성이 사라지면서 자영업자들의 고충만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 취재진이 23일 서울 서초구·강남구·광진구 일대의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12곳을 찾은 결과 절반에 달하는 6개 시설이 최근 변동된 출입명부 관련 방역 수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광진구의 한 식당 직원 최 모(65) 씨는 “지난 19일부터 QR코드를 안 해도 된다고 하길래 백신 접종 확인도 안 하고 있었다”며 “방역패스가 폐지된 게 아니라면 오늘부터 다시 접종 여부 검사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인근 설렁탕집 사장 조 모(54) 씨는 “출입명부 작성 의무화가 끝났다는 걸 모르고 계속 수기 명부와 안심콜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QR코드, 안심콜, 수기 명부로 이뤄지던 출입명부 의무화 조치를 이달 19일부터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역학조사가 자기 기입 방식으로 변경되며 동선 추적을 위한 출입명부 운영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백신 접종자와 음성 확인자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역패스는 유지하기로 했다. 다중이용시설 운영자들은 QR코드를 백신 접종 확인용으로 사용하거나 쿠브 전자 증명서, 종이 증명서, 유전자증폭(PCR) 검사 확인서 등으로 백신 접종 혹은 음성 확인을 해야 한다.


업주가 백신 접종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QR 인증을 요구하더라도 방역패스가 폐지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례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초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 모(58) 씨는 “어제도 손님한테 방역패스는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느라 진을 뺐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내가 질병관리청 직원도 아닌데 손님들한테 바뀐 정책을 일일이 설명해야 되냐” “손님들하고 입씨름할 바에야 방역패스도 없앴으면 좋겠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시설들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역 인근의 식당 사장 송 모(71) 씨는 “백신 접종을 확인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입구에 기기를 두고 QR 인증을 받고는 있지만 안 해도 그냥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은 인력난을 이유로 방역 수칙 위반 단속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재택치료 관리에 최대한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어 단속은 신고나 민원이 들어올 때 위주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방역패스의 당위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정부가 애매한 지침을 발표해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한다. 서초구의 한 카페 사장 최 모(38) 씨는 “방역패스의 필요성에 공감을 못 하는 손님들이 많은데 명부는 폐지하고 방역패스는 유지하니 너무 혼란스럽다”며 “정책들을 애매하게 바꾸면서 자영업자들만 힘들어지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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