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중국 정부가 공식 입장표명을 미룬 채 관영 매체와 관변 학자를 동원해 미국에 대한 비난공세를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미국의 음모로 규정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양자택일 구도에서 빠져나오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3일 사설을 통해 “정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며 “미국과 나토가 최대한 발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전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을 강조했는데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환구시보는 이런 ‘대화와 협상’에서 미국이 빠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정부 인사는 원론적인 언급만 하고 대신 관영 매체가 동원되는 그동안의 중국식 소통구조가 이번에도 작동하는 모양새다. 대표적 관변 논객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도 이날 자신의 웨이보에서 “미국은 지금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이 결코 같은 태도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지하지 않을 것임을 중국인들에게 각성시키고 싶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미국은 대만·신장위구르 문제 등에서 중국의 ‘적’이기 때문에 이번에 중국과 러시아를 갈라놓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임기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치켜세우고 대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공격하고 나서 논란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질문을 받고 “TV에서 그 내용을 보고 ‘얼마나 똑똑한 일인가’라는 말이 나왔다”며 “푸틴 대통령은 (독립 선포) 그 지역에 진입할 것이고 평화유지 세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이 뭔지 아느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전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