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해소로 강한 이익 모멘텀이 기대되던 자동차주들의 반등에 제동이 걸렸다.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강화될 경우 가장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업종 중 하나로 꼽히면서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제조 부담 및 수출제한에 대한 우려도 심화돼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전일 대비 0.55% 내린 18만 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올 들어서만 14%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가가 6% 가까이 빠진 기아(000270)(-5.57%) 역시 2주째 8만 원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현대모비스(012330)(-10.72%), 만도(204320)(-25.44%), 한온시스템(018880)(-10.41%) 등의 하락폭 역시 코스피(-9.01%)를 큰 폭으로 웃돈다.
최근 자동차 업종의 ‘1월 저점론’이 제기되면서 반등 기대감이 살아나는 듯했지만 그마저도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에 꺾이는 모습이다. 애초 올 하반기 즈음으로 예상됐던 자동차 생산 정상화가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 강화에 나설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 부담 및 수출제한 등으로 업계의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러시아 신차 시장에서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은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 및 원가 상승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부품은 대러시아 수출 1위 업종으로 지난해 기준 자동차 25억 달러, 부품 14조 5000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했다”며 “현대차와 기아는 합산 기준 러시아 내 점유율이 1위로 현지 공장 가동 차질과 수출 교역 제한 시 부정적 영향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 1분기에 집중된 대외적 악재들이 원만히 해결된다면 하반기 견고한 이연 수요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부족 현상을 겪어온 각 사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파운드리 업체들과의 직접 계약 확대에 나서는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전체 산업 가동률의 하락세는 사실상 멈춘 상태라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지역을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가들의 대치 상황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낮은 점 역시 긍정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현대차·기아 등 국내 주요 자동차 업체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0.8배로 글로벌 기업 중 가장 저평가된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리스크 완화 후 바닥을 다질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로 완성차 주당순이익(EPS)이 하향될 가능성이 있지만 과거 경험상 그 영향은 단기에 그쳤다”며 “대외 충격 요인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다면 하반기 예정된 생산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흐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