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정책의 특별함, 서울시50플러스정책을 돌아보다

[라이프점프×서울시50플러스재단] 뉴노멀 시대 서울시50플러스정책의 미래 비전_1편

이미지=최정문

라이프점프 칼럼 중에 ‘New-UP(業)의 발견(성은숙 화담, 하다 대표)’ 8편(2022.01.11.)을 보면 ‘정서적으로 준비된 퇴직을 위한 네 가지 전략’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장년들이 겪게 되는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이란 대부분 갑작스럽게 찾아오고, 제아무리 준비된 퇴직이라 해도 칼럼에서 언급한 대로 ‘정서적으로 완벽하게 준비되었는가’라는 물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서울시 장년층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구현하는 곳에서 만난 수많은 퇴직자가 재취업 이외의 옵션을 구상하지 못해 후반기 인생 설계가 파편적으로 밖에 흘러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던 적이 있다.


중장년의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많은 전문가가 퇴직 후 재취업을 서두르기보단 ‘마음 달래기’부터 하라고 한다. 퇴직 후의 나를 다시 조명해보고, 현재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일을 찾거나 몰입할 수 있는 일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대다수의 퇴직자, 은퇴자 혹은 60세 이후의 삶을 구상하는 많은 일반 시민들은 생각한다. 어디서? 어떻게? 누구랑?


퇴직 이후의 삶, 주된 일자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삶은 각개전투의 시작이다. 그래서 막막하고 어렵다. “아니 인생을 오십까지 살았는데 그다음부터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지 뭐가 어렵다는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가 ‘살기 위해 살아온 무대’였다면 지금부터는 오롯이 ‘내 삶을 만들어 가는 무대’가 되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것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혹은 지금까지의 삶에서 전혀 다른 삶으로의 ‘전환’이다. 그래서 인생 후반에 대한 청사진이 온전히 개인의 몫이 되는 이 상황이, 나 혼자 감당하기가 조금은 버거울 수 있다. 그렇기에 50플러스정책이 탄생됐다고 생각한다.



◇ 중장년 정책의 필요성, 그 특별함에 더하여


서울시50플러스정책은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과 기대 수명 증가로 인한 고령사회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시작됐다. 장년층의 조기퇴직과 고용의 불안정성 증가는 장년층의 노동생산성과 임금 수준의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인생재설계 지원사업이 상당 기간 지속될 필요가 있었고, 인생재설계지원 사업의 공공성은 사전적·예방적 성격이기 때문에 시장(market) 또는 민간영역을 통해서 추진하기 곤란한 만큼 공적기관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50플러스정책은 공공기관이 수행하고자 하는 공공성, 지속성, 기존 조직과 차별화된 형태로 중장년층의 인생재설계라는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설립하였다.


2016년 설립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재단)은 장년층의 은퇴 전후의 새로운 인생준비 및 성공적인 노후 생활을 위한 사회참여활동을 지원하는 50플러스정책을 지난 5년간 구현해왔다. 기존의 복지사업이 급여 및 서비스의 수혜자인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에 반해 서울시의 50플러스정책은 장년층 전체를 인적자원과 사회자본의 대상으로 한다는 것에 가장 큰 특징이 있다. 특히 50+세대 공간인 권역별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이하 캠퍼스)와 자치구 중심으로 운영되는 50플러스센터(이하 센터)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50플러스 정책전달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2022년 2월 현재 서울시의 중장년층(만50~64세)은 240만명으로 재단설립 초기인 지난 2016년 220만명에서 상승하였다. 생산인구로 중장년층의 가치상승 지속, 사회적 효용성 불가항력적 확대추세인 상황에서 서울시 중장년층은 서울시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만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응책 고도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서울시50플러스정책은 매우 중요해진 시점이다.


서울시 자치구별 50+세대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비교해보면 모든 자치구에서 50+세대가 65세 이상 인구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서울시는 65세 이상 노인세대보다 중장년층 인구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정책의 지속성은 적어도 1세대 이상 유지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50플러스정책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노인인구 집단’이 될 50+세대의 인생재설계였던 만큼 2026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이제는 ‘노후준비’라는 큰 틀에서 역할과 기능을 수정 보완하면서 시대상에 부응하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서울시50플러스재단

◇ 지난 5년간 서울시50플러스정책의 성과


서두에서 퇴직 이후의 삶은 각개전투의 시작이라 하였다. 주된 일자리 퇴직 후 늘 가던 곳이 없어지고 늘 관계 맺던 사람들이 없이 나 혼자 동떨어진 것 같은 불안. 무엇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함. 서울시50플러스정책의 1기는 ‘갈 곳 없고, 불안하고 아직은 더 일하고 싶은’ 50+세대를 위해 ‘배움과 탐색’, 지역사회 내 ‘일과 활동’, 지금까지는 겪어보지 못한 노인세대가 될 이들을 위한 ‘신노년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 결과 서울시50플러스정책의 5년의 성과는 크게 네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 50+세대 공간과 전달체계 인프라 구축


서울시50플러스정책의 최대 성과는 50+세대의 공간과 정책 전달체계 및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4개 캠퍼스, 10개 센터의 개관으로 중장년을 위한 전용공간을 마련하여 활동 플랫폼을 조성하였고 상담, 교육, 일·활동 연계, 자발적인 모임 등의 종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50플러스정책 전달을 공간 중심으로 설계함으로써 중장년층이 원하는 시기, 원하는 주제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체계화시켰고 국내 최대 50+맞춤형 온라인 플랫폼(50플러스포털)을 구축(’18.1월)하였다.



둘째, 교육과 일자리 연계를 기반으로 한 생애전환 체계 마련


- 생애전환 교육을 통해 중장년층의 ‘인식전환’ 기회 제공



서울시 50+지원 종합계획(2016)의 첫 번째 과제가 ‘인생재설계교육’이었던 만큼 중장년층의 삶의 경로에 대한 ‘전환’의 출발점으로 교육의 중요성은 꾸준히 강조되고 확대됐다.(지난 2016년 4,706명에서 2020년 1만1,819명, 코로나임에도 2021년 1만7,022명으로 교육생이 증가했다.) 50플러스정책의 종합서비스의 대표 사업인 생애전환교육을 통해 퇴직자, 은퇴자들이 향후 인생 경로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50+교육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교육을 통한 인식전환이 가져온 행동의 변화가 어떠한지는 다음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사회공헌 코딩강사 과정’을 통해 장애인 대상 교육 강사를 양성한 후 사회적기업과 연계, 장애인 대상 디지털 문해 교육사업에 수료자 9명이 참여하고 2명이 정식 취업을 하였음. 또한, ‘남자의 부엌’이라는 과정에서는 중장년 남성을 대상으로 요리 교육을 하고 교육 수료 후 자원봉사단을 결성, 서울역 쪽방촌 주민에게 반찬 도시락 300개를 제공하고 이후 관련된 커뮤니티를 결성하기도 하였음. (서울시50플러스재단)



- 중장년층의 ‘경력전환’ 기회를 제공하는 일·활동 연계


재단의 일자리사업은 중장년층의 역량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일 모델을 발굴하고 확산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사회공헌일자리인 ‘50+보람일자리’는 참여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였고(50+보람일자리 2016년 10개 사업, 472명 참여 → 2021년 18개 사업 2,188명 참여), ‘서울50+인턴십’은 주된 일자리를 떠나 새로운 영역·지위·환경에 안착을 위한 현장경험과 교육·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경력전환 디딤돌 프로그램으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50+세대가 다음의 경력설계 경로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2019년 첫해 172명이 참여하였고, 2021년 314명이 참여하여 1.8배 이상 증가했다.) 50+보람일자리와 서울50+인턴십의 높은 참가율은 해당 사업이 중장년에게 새로운 경력 탐색의 기회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인생2막의 새로운 시작을 연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미지=서울시50플러스재단

셋째, 새로운 노년의 상,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중장년 확인


지난 5년간 서울시50플러스정책은 새로운 노년상,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중장년을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캠퍼스 공간 기반으로 모인 당사자 주도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새로운 50+세대문화 형성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성과는 다음과 같다.



# 50+인생학교 수료생들이 자치회를 결성, 선배시민으로 지역사회 참여활동 추진(800여명)


# 뜻이 맞는 50+세대 5명이 모여 자원봉사, 계속학습 등 주제에 따른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50+커뮤니티 조성(1,162명)


# 50+세대가 직면한 문제 인식을 논리를 구축하여 정책 제안으로 이끄는 당사자연구(49건)


# 본인의 콘텐츠를 강의 커리큘럼으로 발전시켜 캠퍼스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시민강사활동(488건)


# 그 밖에 전문 디지털 세대이음단 등의 자원봉사단 활동(793명), 보람일자리 참여(3,723명) 등 다양한 활동 주체로 성장



서울시 50플러스정책에서는 중장년을 정책의 일방적인 수혜자가 아닌 정책의 기획과 참여 주체로 바라보면서 중장년의 커뮤니티 모임과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등 당사자 중심의 정책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같은 세대인 중장년층을 공감하는 동년배 상담가가 50+상담센터 안에서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중장년이 학습 및 취·창업 준비 또는 공익 목적으로 팀을 결성하여 스스로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50+커뮤니티가 있다. 특히, 50+당사자가 기획한 교육과정과 당사자 연구를 통해 직접 강의를 진행하기도 하고 당사자의 현안을 주제로 연구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함으로 역량을 성장시키는 과정은 다른 기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당사자’를 ‘사회적 자본’으로 한 노년문화의 조성 및 확산이라 할 것이다.



넷째, 서울시50플러스정책의 확산


서울시50플러스정책은 중장년층인 50+세대의 세대적 욕구를 반영한 중장년 지원정책의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데 그 혁신성을 찾을 수 있다. 2015년 전국 지자체 최초 ‘서울특별시 장년층 인생이모작 지원 조례’가 제정된 된 이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8개 자치구에서 장년층 인생이모작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조례가 제정된 18개 자치구 중 11개 자치구는 캠퍼스 및 센터가 설치되어 운영 중이거나 설치 예정인 곳이며, 7개 자치구는 센터가 설치·예정되어 있지 않으나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있어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인생이모작 지원의 중요성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전국적으로는 광역자치단체 총 10곳, 기초 자치단체(광역시 소속 자치시, 자치구, 군) 39곳에서 조례를 제정, 중장년세대 지원제도를 시행중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서울시 포함 총 68곳으로 50+정책의 파급성을 알 수 있다.


50플러스정책은 국내 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았는데.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표창에 이어 OECD, WHO 우수 혁신사례로 선정되는 등 서울시50플러스정책은 그 혁신성과 우수성이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50플러스정책은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퇴직 후 ‘나를 돌아보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취미가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단계를 만들어가는’ 그리고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일을 같이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서 시민을 위한 ‘공간‘을 조성했다. 캠퍼스와 센터라는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나와 같이 할 친구와 동료, 교육과 일자리 연계, 자원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었고, 할 수 있게 서비스를 지원했다. 그러한 서비스의 결과로 만들어 낸 서울시50플러스 정책은 이제 포스트코로나 등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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