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가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이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을 제외한 영토 전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예비군을 징집하고 민간인의 총기 소지도 허용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의 교전이 계속되는 돈바스 지역에서는 발전소가 포격 당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피란 행렬과 생필품 사재기도 이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레크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방위위원회 위원장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을 제외한 모든 영토에 비상사태를 선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상사태가 적용되면 외출이나 야간통행이 금지되는 등 민간인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된다. 다닐로프 위원장은 “비상사태는 30일 간 지속될 것이며 이후 더 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군 징집도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지상군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18~60세 예비군을 소집한다"며 "소집령은 오늘부터 발효하고 최대 복무 기간은 1년”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파병 준비에 나선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합류하는 예비군 규모는 3만 6000명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민간인들의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돈바스 지역에서 벌어지는 교전으로 이 지역 피해는 연일 커지고 있다. 타스통신은 이날 “도네츠크에 있는 4층짜리 방송국 건물에서 폭발물이 터졌다”고 보도했다. 전날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 지역의 에너지 기업 발전소가 포격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발전소가 위치한 슈차스티아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이 지역 주민 최소 1만 5000명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21일에는 루간스크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 기업 나프토가스의 천연가스 처리 공장도 포격됐다. 회사 측은 분리주의 세력의 영역에서 날아온 박격포 공격으로 한 마을로의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전쟁 우려가 고조되면서 생필품 사재기에도 불이 붙었다. 우크라이나 서부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남동부 메디카의 슈퍼마켓은 휴지와 밀가루 등 생필품을 사기 위해 몰려든 우크라이나인들로 북적거리는 상황이다. 메디카는 돈바스와 1400㎞가량 떨어진 지역으로, 이곳을 찾는 우크라이나 주민들도 돈바스와는 정반대인 우크라이나 서부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확전으로 인한 국경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국경을 넘어 생필품 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