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10~12월) 가계소득이 경기회복과 정부 지원금 덕에 1년 전보다 6.4% 늘었다. 하지만 치솟은 물가 탓에 실질소득 증가세가 꺾이고 가계지출 규모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64만 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6.4% 증가했다. 4분기 기준 지난 2011년(7.2%)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소득 유형별로 보면 가계소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289만 3000원으로 전년보다 5.6% 늘었다. 지난 4분기 취업자가 전년 동기보다 66만 명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었던 취업자가 경기회복에 따라 늘어난 영향이다. 소비 심리가 반등하면서 사업소득 역시 101만 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소비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액을 보면 지난 4분기 전년 동기보다 6.2% 늘었다.
가장 큰 비율로 증가한 것은 소상공인 손실보상금과 방역지원금이 반영된 공적이전소득(41만 5000원)으로 전년보다 10.7%나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방역 조치에 따른 손실보상을 명목으로 1조 8000억 원을 지급한 바 있다. 사적이전소득이 전년보다 8.6% 감소했으나 공적이전소득의 오름 폭이 커 전체 이전소득(60만 2000원)은 3.9% 늘었다.
다만 물가 상승 영향을 배제한 실질소득은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직전 분기인 3분기(5.4%)보다 증가 폭은 절반가량 줄었다.
물가가 오르면서 가계지출도 늘었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40만 6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5% 증가했다. 2009년 4분기(7.0%) 이후 12년 만의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지출 유형별로 나눠보면 밥상물가와 관련된 소비지출이 전년보다 5.8% 늘었는데 이중 절반가량(3.6%포인트)은 물가 인상에 영향을 받았다. 세금 등 비소비지출도 전년 대비 4.8% 늘면서 전체 가계지출 인상을 견인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득세와 재산세로 구성된 경상조세가 전년 대비 18.8%로 가장 많이 늘었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는 1년 전보다 소폭 완화됐다.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5만 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상위 20% 가구는 1013만 원으로 6.9% 늘었다. 소득 1분위(하위 20%)와 5분위(상위 20%) 분배 정도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71배로 1년 전(5.78배)보다 다소 줄었다. 다만 소득 중 정부 지원금(공적이전소득)을 배제한 시장 소득을 기준으로 봤을 때 5분위 배율은 11.7배로 여전히 큰 격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