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으로 감형됐는데 보상 안 해줘…헌재 “헌법 불합치”

“재심 형 초과 구금 됐다면 과다 구금”
“공소장 변경, 잘못된 구금 정당화 안돼”
형사보상법 26조 1항 내년까지만 유효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위헌 결정으로 처벌 근거가 사라져 열린 재심 재판에서 형량이 줄었다면 재심 전에 내려진 초과 처벌에 대해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4일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형사보상법) 26조 제1항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취지 등을 담은 위헌제청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심판 대상이 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지만 즉각 무효화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는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는 법 개정이 없다면 이 조항이 2023년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하다고 못 박았다.


현행 형사보상법 26조 제1항은 ‘면소나 공소기각 재판을 받아 형이 확정된 피고인이 그 재판을 할 만한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 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을 경우’ 등을 보상 청구가 가능한 조건으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재심에서 선고된 형을 초과하는 구금이 이미 이뤄진 상태라면 이는 위헌적인 법률 집행으로 인한 과다 구금”이라면서 “신체의 자유에 중대한 피해 결과가 발생한 것인데 형사 보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위헌 결정의 소급효와 재심 청구권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공소장 변경 제도는 형벌권의 적정한 실현과 소송 경제 도모라는 가치가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이지, 형사사법 절차에 내재하는 위험의 결과로 이뤄진 구금을 정당화하는 제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형사보상법 26조 제1항이 위헌이지만 단순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바로 상실하게 하면 이 법 조항이 담고 있는 다른 형사 보상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입법부에 법을 바꾸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심판의 발단은 상습절도로 가중처벌을 받고 징역 2년을 복역한 A씨 사건이다. 헌재는 2015년 A씨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5조의4 제1항(상습절도)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미 만기 출소를 한 A씨는 재심 재판을 받게 됐고 검찰은 효력을 상실한 특가법상 상습절도 대신 형법상 단순 상습절도로 공소장 죄명을 바꿨다. 이를 공소장의 ‘교환적 변경’이라 하는데, 재판부가 바뀐 공소장의 죄명을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됐다.


결과적으로 6개월을 초과 구금당한 셈이 되자 A씨는 국가를 상대로 6개월분의 형사 보상을 청구했으나, 1심은 A씨가 재심에서 공소장 변경으로 결국 다시 유죄 선고를 받았으니 보상 대상이 아니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A씨의 항고로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2019년 형사보상법 적용 대상이 충분히 포괄적이지 않아 헌법의 인권보장의무 조항이나 평등권 조항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헌재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청했다.


헌재는 A씨를 대상으로 한 위헌제청 외에도 비슷한 처지의 피고인 1명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3조 제1항(2015년 위헌 결정) 위반으로 처벌받은 1명이 직접 신청한 헌법소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해왔다.


이날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청구인들의 (재심) 판결 주문과 이유 어디에서도 무죄의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무고한 사람을 구금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구체적인 사건에서의 양형은 법관이 다종다양한 양형 사유를 두루 고려한 전체로서의 결과”라고 했다.


헌재 관계자는 “향후 개선 입법의 내용에 따라 보다 폭넓은 범위에서 외형상·형식상으로 무죄 재판이 없다고 하더라도 형사사법절차에 내재하는 불가피한 위험으로 인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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