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美 패권주의…'2차 냉전' 시작됐다

■미·우방 vs 중러…우크라 침공發 세계질서 재편
美, 침공 첩보 알고도 속수무책
'中 겨냥' 아태 전략도 원점으로
러, 혼란 틈타 對서방 전선 확대
中과 손잡고 美 '협공'할 수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는 도중에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개전 선언 하루 만에 파죽지세로 우크라이나 곳곳을 접수해나가는 가운데 이번 전쟁이 현대사의 흐름을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냉전 해체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 질서가 막을 내리고 미국과 우방, 그리고 이들에 반대하는 중국·러시아 등 독재·권위주의 국가들이 진영을 나눠 서로를 정치·경제적으로 봉쇄하는 신(新)냉전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5일(현지 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부를 수립하고 유럽에 새로운 대(對)서방 대치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같은 결심을 굳혔음을 위성 정보와 휴민트 첩보로 미리 알아내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애초부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1일 “미러가 서로 총을 쏘면 세계대전”이라며 “군사 옵션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2일에도 러시아의 돈바스 진입을 ‘침공’으로 규정하면서도 “러시아와 싸울 의사는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이는 푸틴이 자신감 있게 ‘공포의 도박판’을 벌이게 만들었다. 지금 세계는 미국이 자국 청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우방의 이익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싸우던 시대는 갔다는 사실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 언론도 이번 사태가 ‘2차 냉전’이 시작되는 변곡점이라는 진단을 앞다퉈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푸틴, 2차 냉전을 개시하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앞으로 벌어질) 냉전의 속편은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던 냉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서방과 러시아 간 신냉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도 “제2의 냉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중동과 유럽의 정세를 최대한 안정시키고 전력의 축을 아시아태평양으로 이동시켜 중국과의 경쟁에 모든 힘을 쏟는다는 미국의 기존 세계 전략은 무너졌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해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갖고 있었지만 앞으로 서방은 대러 견제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미국의 힘이 분산되면 중국의 활동 범위는 넓어진다. 중러가 손을 잡으면 미국은 동시에 ‘2개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시나리오 하에 안보 전략을 짜야 한다. 미셸 플러노이 전 미 국방 차관은 "푸틴의 움직임에 중국이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 진영에 맞서는 독재국가들끼리 손을 잡을 의지는 충분하다"며 "향후 비슷한 상황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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