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안보 주제로 격돌한 대선주자들…“싸울 필요 없는 평화” vs “평화는 억지력”(종합)

■선관위 주관 TV토론-정치·외교·안보
권력구조 개편 질문에는 3대1 구도
李·沈·安 “거대 양당 아닌 다당제”
尹 “선거 앞둔 개헌 담론 흐지부지”
안보관 놓고 李·尹 신경전 벌이며 격돌
李 “尹, 전쟁 너무 쉽게 생각해”
尹 “李, 유약한 태도, 평화 위협”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성형주 기자

여야 대선 후보 4인이 25일 TV토론에서 정치·안보를 주제로 격돌했다. 권력구조 개편 방안을 놓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심상정 정의당·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선거제도 개편’을 주장한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선거 직전의 개헌 담론은 “정치쇼”라고 비난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이 후보가 윤 후보를 향해 전쟁 위기를 불러온다고 지적하자 윤 후보는 강력한 힘만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맞섰다.


권력구조 개편 질문에 3대1 구도
단일화 문제 놓고는 尹·安 입장차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2차 토론회에서 거대 양당제의 문제를 지적하며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비례대표제를 포함해 선거제도를 개혁해서 제 3의 선택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심 후보가 “선거제 개혁으로 5000만 (국민을) 골고루 대변하는 국회를 만들고 다당제하 책임연정을 시작하겠다”, 안 후보가 “거대 양당이 아니라 다당제가 가능한, 그래서 민심의 구조 그대로 국회의석이 가능한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한 화답이다.


이 후보는 “각 정치 세력이 실력을 연합해서 발휘하는 통합정부, 국민내각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이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제 도입 △대통령 4년 중임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담은 정치개혁안을 제시하며 띄운 반윤(反尹) 연대의 연장선격 태도였다.


윤 후보는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론에 선을 그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권력구조 개헌 담론이 나오지만 늘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 되기 일수”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 3선 이상 금지한다는 등 이런 건 어떻게 보면 정치쇼에 가까운 제안”이라며 “이런 중요한 담론들이 선거를 불과 열흘 앞두고 이렇게 전격 제안이 돼서 정권 교체라는 거대한 민심의 흐름을 정치 교체라고 하는 프레임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이런 걸 한다는 자체가 민주당은 실천하지 못하는 정당이란 걸 입증했다”라며 “지난번에도 연동형 비례대표를 정의당 협조 받아서 해놓고 바로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정의당 뒤통수 치고 배신을 했다.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야권 단일화 문제도 거론됐다. 심 후보가 “그동안 국민의힘과 단일화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떻게 지금 양당의 단일화가 열려 있느냐”고 묻자 안 후보는 “지금 이미 다 결렬됐다고 선언했다”고 답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에게도 “(단일화가) 더 추진될 가능성이 없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뭐해도 저희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제가 윤 후보에게 제안을 했었던 것은 경선을 하자, 그 말씀을 드렸었다”며 “거기에 대해 생각이 없으시면 그건 이미 다 끝난 일”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이어 “그건 분명하게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李 “외교 실패는 전쟁”尹 “李, 유약한 태도”

외교·안보 정책 분야에서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충돌이 두드러졌다. 이 후보는 “싸울 필요 없는 평화”를, 윤 후보는 “평화는 힘에 의한 억지력”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며 “무력으로 억지력을 키워 전쟁을 해서 이기는 것은 하책”이라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 평화”라고 말했다. 반면 윤 후보는 “우리가 1950년도 북한 침략에 대해 우리가 힘으로, 군사력으로 억지할 수 있는 능력 있었다면 과연 6·25같은 참극을 안 겪었을 것”이라며 “북한에 집착한 정부의 외교 기조는 미중북일 모두로부터 외면 당했다. 그래서 원칙과 당당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 두 후보는 ‘초보 정치인’, ‘유약한 태도’ 등 날 선 발언을 쏟아내며 대립했다.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에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가입해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해서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초보 정치인에 빗대며 윤 후보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선제타격’ 발언을 겨냥해 “철회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안보관이 부족하고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받아쳤다. 그는 “확실한 억지력을 가져야만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고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그 의지를 보일 때만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 그런 식의 유약한 태도를 가지고는 오히려 더 평화가 위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감정 섞인 신경전도 벌였다. 이 후보는 “윤 후보께서 새롭게 포괄적 안보동맹으로 가야 한다면서 내세운 두 가지가 이미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에 들어 있다”라며 “하고 있는 걸 왜 또 하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안보와 경제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포괄적인 동맹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제가 꼭 새로운 이론을 공약으로 내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이미 했는데 ‘NSC 회의 하라’고 주장하신 것도 봤다”며 “시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 ‘빙하 타고 온 둘리 같다’고 혹시 들어보셨느냐”고 비꼬았다. 윤 후보도 “정상적인 질문을 하시죠. 팩트에 근거해서”라고 맞받았다.


한편 심 후보는 “혐오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국제규칙에 의거해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평화의 길이 중요하다. 반미·반중 근절하고 줄서기를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튼튼한 한미동맹을 중간에 놓고 다른 여러 동맹국의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입각해서 우리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원칙을 가져야 한다”며 “북한에 대해선 대화에 대해 진정성을 갖지만 북핵 문제나 도발에 대해선 단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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