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안 멈추면 한전 올해 10조 적자… 이대로면 혈세 지원 불가피

탈원전 청구서에 빚더미 앉은 한전
정부 정무적 판단에 전기료 억지동결
최대 적자에도 올 손실폭 더 커질듯

문재인 정부가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배경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한국전력의 재무 상황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탈원전 정책을 지속할 경우 한전 재무제표가 악화해 혈세 투입 및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정책 전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발전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총 5조 860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했던 역대 최대 규모 영업손실(-2조 7980억 원)의 2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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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역대 최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정부가 지난해 전기요금을 억지로 동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1분기 전기요금을 1㎾h당 3원 낮춘 후 이를 지난해 3분기까지 유지하다 지난해 4분기에야 1㎾h당 3원 높이며 요금을 원상복구했다. 지난해 2분기 전기요금 결정 시 1㎾h당 3원을 다시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정부는 물가 상승 우려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요구를 2개 분기 연속 묵살했다.


반면 지난해 1월 1톤당 413달러 수준이었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은 지난해 말 892달러로 2배 이상 치솟았다. 전력용 연료탄 가격 또한 지난해 1월 1톤당 82.1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10월 253.5달러까지 오르는 등 1년 새 연료비가 급등했다. 한전은 요금 결정권을 쥔 정부의 ‘정무적 판단’으로 원가 이하에 전기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이 같은 한전의 손실액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국내 원전 이용률은 74.5%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85.0%)과 2015년(85.3%) 대비 10%포인트 이상 낮다. 현 정부 들어 친환경 인사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거 참여하며 안전 문제를 이유로 원전 정비 기간을 이전 정부 대비 몇 배나 늘려 원전 이용률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 정부는 이전 정부의 시나리오와 달리 신한울 1호기(1.4GW), 신한울 2호기(1.4GW), 신고리 5호기(1.4GW)의 준공을 늦추고 월성 1호기 가동까지 중단시켰다. 결국 4.9GW 규모의 원전 설비가 이전 정부의 시나리오 대비 가동되지 못한 셈이다. 지난달 기준 1㎾h당 발전단가는 원자력이 61원 50전으로 LNG(206원 20전)는 물론 석탄(135원 50전), 석유(215원 50전) 등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탈원전 정책이 없었다면 한전의 손실 폭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한전의 대규모 적자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다음 달 대통령 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지난해 연료비 인상분을 올 4월부터 반영하기로 했으며 이마저 10월과 나눠 적용한다. 이 때문에 한전의 올 1월 손실액만 2조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야권이 이번 대선 공약으로 ‘전기요금 인상안 백지화’를 주장한 데다 여권 또한 전기요금 인상 시 민심 이반 등을 우려해 한전의 재무제표 개선은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0조 원 이상의 적자를 예상한다.


탈원전 정책이 지속될 경우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한전의 손실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 대통령의 발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전은 2008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정부로부터 6,680억 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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