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와 신라젠 등 횡령·배임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업체들의 운명이 갈렸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17일 상장 폐지를 위한 기업심사위원회 회부가 결정되면서 상폐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고, 신라젠은 18일 6개월간의 개선 기간을 부여 받으면서 시간을 벌었습니다. 오늘은 두 회사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주주들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상폐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신라젠,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상폐 절차를 간단히 보면, 코스피는 2심제(기심위→상장공시위원회), 코스닥의 경우 3심제(기심위→1차 시장위→2차 시장위)입니다. 두 회사 모두 코스닥 상장사이므로 3심제가 적용되겠죠.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이번 결정을 통해 3심 중 1단계인 기심위 회부가 확정된 것입니다. 즉 앞으로 3번의 심의를 거쳐야 상폐가 최종 결정되는 거죠. 이 절차에 2년이 넘는 기간이 걸리기도 하므로 주주들은 장기전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이미 1단계 기심위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신라젠은 18일 1차 시장위에서 6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 받았습니다. 개선 기간 종료일인 8월 18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거래소는 서류 제출일로부터 20영업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다시 심의·의결합니다. 이 기간 주식 거래 정지는 유지됩니다.
이렇듯 상폐는 한 번에 결론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의 심의를 거쳐 결정됩니다. 상폐 절차에 대해 조금 더 상세히 알아볼까요. 먼저 상폐 사유가 발생하면 거래소가 해당 기업에 상폐 절차와 일정을 통보합니다. 기업은 통보를 받고 15일 이내에 개선 계획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통보일로부터 20일 이내에 기심위가 열리고 기업이 낸 개선 계획서를 검토해 상장폐지하거나 개선 기간을 부여합니다. 개선 기간 부여로 결론이 날 경우 최대 1년의 시간을 벌 수 있으며 이후 재심의를 거쳐 상폐를 할지 말지 결정합니다.
기심위에 이어 시장위원회에서 상폐로 결론이 나면 한국거래소는 상폐 업체를 지정하고, 7거래일간 정리매매를 진행합니다. 이때 업체가 법원에 상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다면 법원의 판단이 나온 후 상폐가 진행되고요.
여기서 중요한 과정은 바로 정리매매입니다. 상장폐지에 앞서 투자자에게 마지막으로 매매 기회를 주는 과정입니다. 물론 가격은 곤두박질쳐 휴지조각 상태겠지만 그래도 매매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상폐 기업 주식을 누가 살까 싶지만 향후 기업이 청산됐을 때 수익이나 기업의 재기를 기대하고 들어오는 투자자들도 있고요. 만일 정리매매 기간에 팔지 못했다면 장외 거래로도 주식을 팔 수 있습니다.
상장폐지될 기업을 거르는 것, 무조건 대박칠 종목을 고르는 것 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유망한 업종에서 좋은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라면 주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것처럼 경영이 탄탄하지 않은 기업은 주가 하락, 나아가 상폐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을까요? 이런 논리로 접근해보면 상폐 기업들의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요. 상당히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지난 2014년 금융감독원에서 실제 상장폐지됐거나 상폐 사유가 발생한 기업 39곳을 분석해 자료를 낸 적이 있습니다. 금감원은 상폐 징후로 4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①상장폐지사유 등 발생 전년도에 공모 실적이 급감하는 반면 사모 및 소액공모 실적은 급증.
=사모 및 소액 공모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돼 검증이 필요 없기 때문. 사모로 자금을 조달할 때 일정이 빈번하게 변경되는 것도 위험 시그널.
②정상 기업보다 최대주주 및 대표이사의 변동이 월등히 잦음.
=경영이 안정돼 있지 않으면 내부 통제가 허술해져 횡령이나 배임이 일어나기 쉬움.
③타법인 출자 및 목적사업 변동이 잦고 연관성이 적은 사업 추가됨
④감사의견에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언급된 경우가 많음.
=감사 결론은 ‘적정’이더라도 특기사항에 이런 메시지가 있는 사례가 상당.
그나저나 금감원은 2014년까진 거의 해마다 상폐 기업 분석 자료를 냈는데 요샌 만들질 않네요.(제가 못찾는 건지...혹시 14년 이후 자료 위치를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랍니다) 개미 투자자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거액의 횡령과 배임. 사실 개인이 알아서 이런 지뢰를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개인도 자신의 투자에 책임져야 겠지만, 당국도 개미들이 맘껏 투자할 수 있도록 투명한 시장, 투자자 보호에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