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여야 대선 후보들의 안보관이 20대 대선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이와 맞물려 국민들이 안보와 관련된 검색을 늘리고 있는 사실이 26일 확인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검색 추이를 볼 때 국민들이 양대 정당 후보가 내놓는 각각의 외교안보관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지난 25일 4차 TV토론에서 보인 두 후보의 안보관은 물과 기름이었다. 이 후보는 “무력으로 억지해서 전쟁에서 이기는 건 하책”이라며 “다 부서지고 죽고 이기면 뭐 하나. 우크라이나 심각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고 더 중요한 건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평화”라며 “위협하고 거칠게 대해서 전쟁의 위험을 제고시키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로 윤 후보는 “상대의 비위를 맞추고 굴종하는 것으로는 지속가능한 평화가 얻어지질 않는다”며 “2차 세계대전 직전에 뮌헨 협정이 나치와 히틀러에 의해서 어떻게 유린당했는지 아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력한 안보는 민생과 경제 번영의 기초가 된다”며 “북한에 집착한 현 정부의 외교 기조는 미·중·북·일 모두로부터 외면당해왔다. 그래서 원칙과 당당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후보는 ‘초보 정치인’, ‘유약한 굴종’ 등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에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가입해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해서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라고 말했다. 또 윤 후보를 초보 정치인에 빗대며 윤 후보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선제타격’ 발언을 겨냥해 “철회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안보관이 부족하고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받아쳤다. 그는 “확실한 억지력을 가져야만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고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그 의지를 보일 때만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 그런 식의 유약한 태도를 가지고는 오히려 더 평화가 위협될 수 있다”고 맞섰다.
그렇다면 검색량은 어땠을까. ‘카카오 데이터트렌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가 높아지던 지난 23일부터 '선제타격', '사드배치', '안보', '한미동맹' 등의 검색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안보 태세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정보 분석기관 썸트렌드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SNS에서 1차 토론 직후 윤 후보의 주요 연관 검색어로 '선제타격'이 급격히 올랐다. 윤 후보의 ‘선제 타격’은 타 후보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이후 그의 발언 후퇴로 한동안 검색어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가 4차 TV 토론에서 상대 후보들의 거론으로 다시 반짝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3일 1차 TV토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국민들은 정치 초년생인 윤석열 후보가 선제타격을 운운하면서 전쟁 가능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도 "선제타격 주장으로 군사갈등 부추기며, 제2 총풍 시도하는 윤 후보가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키우는 4대 요인의 하나라는 해외군사전문가의 분석"이라고 비난했다. 윤 후보는 이에 "민주당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국방백서에도 3축 체계와 선제타격 킬체인이 있다. 선제타격인 킬체인은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공방이 오갔다.
그러자 ‘선제타격', ‘사드배치’의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선 후보들의 설전을 본 국민들이 우리 영공과 국토로 날아드는 미사일 방어를 막을 수 있을 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여야의 '안보관 대결'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후보가 언급해 왔던 공약과도 맞아 떨어지는 데다 유권자들이 안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를 근거로 자신들의 의제를 강조하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썸트렌드는 지난 24일 SNS 상 ‘우크라이나’ 검색량은 1만 3,655건으로 ‘대선’(8,149건)보다 1.5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썸 트렌드가 25일 분석한 후보자들의 연관 검색어는 여전히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과 관련된 인물과 사건 위주였다. 지난 21일~25일 SNS에서 이 후보엔 '게이트', '김혜경'이 수식어로 따라 붙었고 윤 후보의 경우 ‘김건희’, '주가조작', '수사', '발언'등이 연관 검색어로 연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정책 대결보다는 후보자 자질 검증 위주로 선거 유세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