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영유아 확진자 잇따른 사망…아직도 방치되는 재택치료

오미크론 픅증에…연이은 '재택치료 중 사망'
노인·아동·장애인 등 취약계층 의료 대책 시급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6만 5890명을 기록한 지난 25일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기 위한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1.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으러 가던 시각장애인이 지난 22일 거리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같이 살던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검사를 받기 위해 홀로 집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 치매에 걸린 80대 노인이 지난 23일 서울 강동구의 한 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인은 사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코로나19 재택치료 중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방역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정부는 앞서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방역 치료 시스템을 전환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보건소의 방역 업무가 마비되면서 재택치료는 사실상 방치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오미크론 변이가 치명률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장애인, 영유아, 노인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재택치료 관리는 제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경제가 관련 사례를 종합한 결과 코로나19 재택치료를 받던 중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인천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노인이 재택치료를 받던 중 찜질방에 갔다가 쓰러져 다음날 숨졌다. 19일에는 서울 관악구에서 가족과 떨어져 코로나19 재택치료를 받던 50대 남성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영유아·소아 사망 사례도 잇따랐다. 경북 예천군에서는 지난 1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7)양이 22일 오후 대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A양은 확진 판정 이후 재택치료에 들어갔고 이틀 후부터 가슴 통증 등 상태가 악화하면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 중에 사망했다. 같은 날 경기도 수원시의 권선구에서는 생후 4개월 된 B군이 숨졌다. B군은 지난 17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닷새 후인 22일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도착해 끝내 목숨을 잃었다. 누적 사망자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 18일에는 수원시 장안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인 생후 7개월 C군이 병원 이송 중 숨진 사례도 있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어린이와 임산부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택치료 사망자가 잇따른 것은 전혀 예견되지 못한 상황이 아니다. 앞서 오미크론 변이가 이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정부는 일찍이 모든 확진자에게 동등하게 집중하는 기존의 방역 정책을 철회하고 60세 이상 고위험군 및 기저질환자들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방역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나머지 일반관리군은 재택치료 체계로 바뀌면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해야 하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치료 과정과 행정 절차 등에 대한 최소한의 안내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면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양성 판정 여부가 잘못 전달되는가 하면 보건소에 문의를 하려고 전화를 해도 닿질 않아 “말이 치료지, 사실상 방치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기도 양주시 보건소에서는 PCR 검사 양성 판정 문자를 잘못 보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경기도 일산시 보건소는 양성 판정 문자를 보내놓고 지자체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아 확진 판정 문자를 시민에게 다시 보여 달라고 요청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보건소에 100통 넘게 전화를 걸어도 연결이 안 됐다거나 건강 상태와 동선 등을 관리하는 자가격리 앱 접속을 위한 ID 전달이 늦어진다는 후기가 시민들 사이에서 이어졌다.


불편이 잇따른 것은 확진자 증가에 따라 재택치료자는 폭증하는데 보건소나 의료기관 등의 인력 자원은 한정돼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반관리군 환자에게 전화로 상담이나 처방을 해주는 동네 병·의원이 지난 10일 1856개에서 18일 6055개로 늘었지만 충분한 관리가 이뤄지기엔 역부족이다. 재택치료 환자 수는 지난 25일 65만 181명으로 전날(58만 7698명) 대비 6만 2483명, 지난 20일(45만 493명) 대비 20만 명 가까이 늘었다. 지난 13일(21만 4869명)과 비교해 2주가 채 되기도 전에 3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수치는 갈수록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22일 17만 1452명 이상으로 전날 9만 9573명 대비 배 가까이 뛰었다. 이후 17만 16명(23일), 16만 5890명(24일)을 기록해 연일 15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마저도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을 보인 사람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진행한 결과라 ‘숨은 확진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감염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 상황에서도 정부는 ‘구멍 뚫린 댐 돌려막기’ 식의 처방만 내놓고 있다. 정부는 25일 다음 달부터 접종 미완료 동거인도 격리 대상에서 제외하고 PCR 의무 검사 역시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보건소의 업무 부담이 너무 커져 이 같은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확진자가 10만 명, 17만 명이라는 것은 보건소당 (관리 인원이) 1000명, 1700명이라는 것"이라며 "인원은 같은데 업무량이 늘어서 확진자 업무에 대한 당일 처리가 70%에 머무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같은 이유로 접촉자 동선 추적 등 역학조사도 대폭 축소했다.


하지만 다음 달 중순까지는 유행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방역 정책을 어쩔 수 없이 완화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숨은 감염자가 증가하면 유행 전파가 더욱 빨라지고 정점의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재택치료 중 사망 사례 등 방역 사각지대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노인, 영유아, 장애인 등 최소한 취약 계층에 한해서라도 의료 대응 방안을 좀 더 체계적이고 세심하게 준비해야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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