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최대주주가 약정에 따라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넘겼더라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지위에 있지 않았다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제약회사 대표 김모씨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김씨는 1998년 회사 운영을 위해 외국계 투자회사 A사로부터 자금을 투자받기로 했다. 단 ‘발행주식 전부를 A사에 넘기되 회사 경영이 개선되면 주식 10%를 돌려받는다. A사는 회사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후 회사 경영 상태가 개선돼 김씨는 약정대로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옵션을 행사해 회사 주식 8만5094주를 취득했다. 회사는 2010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그런데 국세청은 김씨가 특수관계에 있는 최대 주주(A사)로부터 주식을 증여받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2018년 7월 무신고가산세 등을 포함해 40억9000여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세무당국의 증여세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의 쟁점은 김씨가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였다.
상증법에 따르면 기업 경영에 관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최대 주주 등이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유·무상으로 양도하고 5년 이내에 주식이 증권시장에 상장되면 특수관계인이 얻은 이익의 일정 부분을 증여가액으로 간주한다.
재판부는 A사가 최대 주주에 해당하더라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었는지 여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하고, 이에 대한 증명 책임은 세무당국에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사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배당이나 주식 양도 차익 등 수익만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재무 투자자”라며 “회사 경영에 관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