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한 달을 맞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고시 신설과 입법 보완으로 개선해 줄 것을 정부에 다시 건의하기로 했다. 법 시행 전부터 계획을 수립하고 현장 점검과 같은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법이 정한 각 기관의 의무·이행사항이 구체적이지 않아 현장에서 많은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중대재해법 및 시행령의 지나치게 불명확하거나 해석이 모호한 부분을 구체화해 달라고 정부에 다시 건의하겠다고 27일 밝혔다. 고시 신설이나 입법 보완을 통해 미비한 부분을 구체화하거나 명확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정부에 해당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법 시행 후 지자체의 공식 보완 건의는 이번이 처음이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건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대상으로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실질적’이라는 표현이 모호해서 해석과 대응이 제각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령에서도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조치 방안으로 ‘필요한 인력을 갖추어’, ‘필요한 예산을 편성·집행할 것’으로 규정돼 있지만 ‘필요한’이라는 표현이 추상적이어서 실제로 얼마만큼의 인력과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업무수행 평가 기준이 구체화돼야 하고, 중앙행정기관 등의 안전보건 관련 개선·시정 명령의 유형 및 방법과 개선?시정 명령에 대한 불복 절차를 담은 규정도 각각 신설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는 앞서 지난해 8월 중대재해법 시행령안 입법 예고 당시 모호한 규정을 구체화하고 미비한 부분은 관계 정부 부처의 고시를 통해 세부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건의했으나 대부분 반영되지 않은 채 시행령이 제정됐고 관련 고시도 제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고시 제정 대신 보완책으로 ‘중대재해법 해설서(가이드라인)’를 마련해 배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법적 효력이 없어 실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응하기 어렵고 책임 소재도 모호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중대재해법의 미흡한 부분이 개선되면 법에 따라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관계 법령이나 세부 지침도 즉각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위탁·도급·용역 계약을 추진할 때 법적 근거가 되는 지방계약법령 및 관련 예규에 중대재해법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지난 1월에도 고용노동부 등 정부 관계 부처에 해당 지방계약법령 및 예규 개정을 건의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정부는 미온적·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제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중대재해법 시행 한 달을 맞아 현장의 혼란과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는 법령 개정을 정부에 다시 한 번 건의하고 앞으로도 추가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를 살피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법 적용을 받는 사고가 사흘에 한 번꼴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일인 지난 달 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법 적용 사고(종사자 50인·건설 공사금액 50억원 이상)는 10건이다. 이 사고로 인해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사고는 9건, 직업성 질병 사고는 1건이다. 법이 시행된 이후 한 달간 전체 사망산재는 35건, 이로 인해 42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년 동기 대비와 비교하면 건수는 52건에서 17건 줄고, 사망자 수도 52명에서 42명으로 10명 줄었다. 그동안 사고 빈도가 높았던 건설업 사고 건수가 30건에서 14건으로 절반 수준이 된 게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