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N 매출액은 지난 25일 현재 5950억원으로 작년 말 5400억원 대비 10.2%(550억원) 증가했다. 매출액은 투자자들이 실제 보유한 ETN 금액을 나타낸다.
전체 ETN 상장 주식 수 대비 매출 주식 수의 비중도 작년 말 15.06%에서 지난 25일 23.88%로 늘었다. 전체 ETN 중 투자자의 보유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올해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ETN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초자산별로는 원자재에 투자하는 ETN 매출액이 작년 말 3818억원에서 지난 25일 4581억원으로 763억원(20.0%)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다. 특히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이와 관련된 투자 수요가 늘었다. 올해 들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1.8%, 천연가스 가격은 19.8% 각각 상승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들 원자재가 강세를 보이자 이에 대한 상승과 하락 베팅 모두 늘어난 모습이다.
올해 상품별 매출 증가액을 보면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330억원), '대신 WTI원유 선물 ETN(H)'(83억원) 등 원유 투자 ETN과 함께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37억원),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H)'(23억원) 등 천연가스 관련 ETN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긴장감에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100.54달러까지 치솟으며 2014년 이후 처음 1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등락률을 보면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58.41%),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58.33%),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48.90%) 등 원유·천연가스 관련 ETN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만큼 당분간 유가와 천연가스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과 시설 투자 부족에 따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증산 실패, 미국의 탄소 중립 규제 등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