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맞은 후 유산소 운동을 하면 더 많은 항체가 형성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아이오와주립대 연구진은 독감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직후 90분 정도 가벼운 운동을 하면 면역력이 좋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뇌, 행동과 면역’에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1시간30분 동안 고정식 자전거를 타거나 빠르게 걷기 운동을 했더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항체가 생겼다. 운동이 일종의 백신 보조제 역할을 한 셈이다.
앞서 규칙적인 운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전염성 질병의 감염 및 사망 위험을 줄여준다는 사실은 지난해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벨기에와 영국 연구진이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결과, 규칙적인 운동은 전염성 질병의 감염 및 사망 위험을 30% 이상 줄여주는 효과를 보였다.
그동안의 연구들이 백신 접종 전 운동의 효과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번 연구는 백신 접종 후의 유산소 운동 효과를 평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운동이 예방 백신 접종의 효능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신종플루(2009년 발생), 계절 독감, 코로나19 백신(화이자) 접종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실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이번 실험에는 각 그룹별로 20~36명이 실험에 참가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운동하지 않는 그룹, 접종 후 45분 운동 그룹, 접종 후 90분 운동 그룹으로 나누었다.
운동 그룹은 백신 접종 후 30분 이내에 고정식 사이클을 타거나 빠르게 걷기 운동을 하도록 했으며, 비교 그룹은 이 시간에 비디오를 보거나 일상 생활을 하도록 했다. 운동 강도는 최대 심박수의 60~70% 또는 분당 120~140회를 유지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항체 수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백신 접종 전과 접종 2주 후, 4주 후에 각각 혈액을 채취했다.
실험 결과 접종 후 90분간 운동한 참가자들은 운동하지 않은 그룹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항체 증가를 보였다. 그러나 45분 운동한 사람들한테서는 별다른 수치 변화가 없었다.
연구를 이끈 마리안 코헛 교수(운동학)는 장기간의 가벼운 또는 중간 강도 운동이 어떻게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는지에 대해선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운동은 혈액과 림프의 흐름을 활성화한다. 이는 면역 세포의 순환이 활발해진다는 걸 뜻한다. 이 면역 세포가 몸을 순환하면서 외부 침입 물질을 감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운동을 하면 인체의 대사 활동, 신경내분비, 순환계 등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헛 교수는 그 이유와 방법을 알아내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60분 운동의 효과에 대해서도 시험해볼 계획이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의 거의 절반이 과체중 또는 비만 수준의 체질량지수(BMI)를 갖고 있었던 점으로 보아 운동의 면역 증강 효과는 다양한 수준의 체력 보유자들에게 직접적인 효과가 있음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또 백신 접종 후 운동이 백신 부작용을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